예산·회계업무 총괄하며 계약서 조차 확인 안해, 미술계 "서류만 보고 도장 찍는게 능사 아니다"

<속보>=대전시립미술관이 주최한 `21세기 하이퍼리얼리즘` 전시를 둘러싼 의혹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한 대전시의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다.

대전시는 뒤늦게 자체적으로 지도 점검에 들어간 모양새지만, `뒷북행정`이라는 꼬리표를 떼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 달 30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시립미술관에는 3명의 학예사와 6명의 주무관, 13명의 시 공무원 등 30여명 안팎의 직원이 미술관을 관리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시 관리과 직원(공무원)은 미술관 업무계획 수립, 인사, 예산편성 및 일반 회계 업무 등 미술관에서 발생하는 업무를 총괄해야 한다.

하지만 관리과에서는 전시에서 가장 중요한 계약서 점검은 물론, 사업자등록증 없는 에이전시에 수억원을 의심없이 지급하는 등 관리감독 전반에 걸쳐 허점을 드러냈다.

본지가 확보한 `하이퍼리얼리즘 전시회` 계약서에 따르면, 전시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수가 빠져있는가 하면, 에이전시의 실제 주소도 정확치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미술관의 책임으로 사업이 종료될 경우 미술관측이 에이전시에 의해 치른 모든 비용에 대한 책임은 있지만, 반대로 에이전시의 잘못에 따른 책임소재는 기재돼 있지 않다.

사업자등록증 역시 대전시 문화체육관광국 행정사무감사에서 박혜련 의원이 요구할 때까지, 사업자등록증의 보유 여부 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7월 20일 에이전시에 작품대여료 명목으로 2억5000만원을 아무 의심없이 입금 해준데 이어 현재까지 에이전시가 작가와 계약을 이행한 영수증 조차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미술계에서는 부실한 검증 절차와 `서류만 맞으면 그만`식의 허술한 관리감독이 화를 불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원로 작가는 "전시 매뉴얼이 있는데, 어떻게 사업자등록증도 없는 에이전시와 이렇게 허술한 계약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학예실에서 거르지 못한 문제가 있다면 관리과에서 철저한 검증을 통해 걸러냈어야지, 서류만 보고 도장만 찍는게 능사가 아니다"고 일침을 가했다.

전문 영역일 수록 시가 전면에 나서 철저한 집행내역 감사와 각종 의혹들을 말끔히 해소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산 서류를 맞추는 선의 자치단체 감사에 한계에 있다면, 수사기관에 의뢰해서라도 의혹을 밝혀 혈세가 엉뚱하게 누수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시 관계자는 "하이퍼리얼리즘 전시가 급하게 치러지면서 서류를 검증하고, 꼼꼼히 챙겨보지 못한 점이 있었다"며 "현재 문화체육관광국에서 자체적으로 감사를 하고 있는 만큼 의혹이 해소될 수 있도록 검증 작업과 함께 관리 책임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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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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