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면 할수록 우리 안에는 불편한 진실이 너무나 많다. 터놓고 말할 수가 없는 불편한 진실 말이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자칫 몰매를 맞을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참고 보자니 여간 불편하지가 않다. 우선 세종시 문제만 해도 그렇다. 시작부터가 마땅치 않은 일이었다. 행정의 효율성을 따져보기도 전에 우선 표부터 계산된 거대 행정도시의 출발이었다.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지역주민의 이해관계가 짝을 이루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감히 반대를 할 것인가? 국회에서 마저 서로가 서로의 눈치 보기에 바빴다. 그렇게 해서 생긴 세종시는 아무리 보아도 현재의 상태로는 계속 숨을 쉬며 살아가기가 쉽지 않은 도시인 것처럼 느껴진다.

느껴진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과학적 조사를 통하지 않은 개연성이나 전문(傳聞)만을 들어 느낄 뿐이기 때문이다. 언론이 지적하고 있는 문제부터가 간단치 않다. 장·차관들이 사무실에 앉아 일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세종시 출근과 동시에 서울로 와야 한다. 그 시간이 만만치가 않다. 어떤 때는 서너 시간이 잠깐이다. 세종시 현장에서 보다는 해야 할 일은 온통 서울에 널려 있으니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장·차관만 그럴까? 실국장급 간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회가 열리는 날에는 십수명이 장관을 수행해서 따라 나서야 한다. 국회가 어디 순탄한 곳인가? 허구헌날 열어 놓고 회의는 하는 둥 마는 둥이다. 언제 열릴지 모르니 대기하다 보면 하루 해가 다 간다. 지루한 시간은 돈이다. 예산이 끝도 없이 낭비되고 있다는 얘기다.

행정도시 세종시는 있어도 행정은 실종상태로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어느 겨를에 부처 내에서 간부들이 모여 오손도손 정책입안을 위해 이마를 맞대고 논의를 할 수가 있을까? 가족이 대부분 서울에 있고 친구가 모두 서울에 있으니 언제 한번 제대로 친구를 만나거나 가족과 함께 저녁이라도 할 수 있을까? 생활이 생활이 아니다.

가슴속으로 불만은 쌓이고 의욕은 떨어져 자연 직장에 대한 애정도 식어가기 마련이다. 이런 생활 속에서 무슨 창의력이 나올 수 있을까? 근본 대책을 세우지 않고는 정부의 정책은 겉돌 수밖에 없는 상황에 와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공직자들의 열정이 식으면 정부는 있으나 마나한 조직이 되지 않나 싶어 여간 걱정이 아니다. 고속도로 하나 더 건설해서 해결될 문제일까? 그럴 수 있다고 보아지지 않는다. 보다 근원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한번 더 깊은 연구 있기를 바란다.

또 하나의 불편한 진실! 참 말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 한 번 말을 해보자! 벌써 2년째 서울의 광화문 네거리 한복판에 천막을 치고 농성 중에 있는 세월호 유족에게는 왜 할 말이 없을까? 또다시 추운 겨울은 닥쳐오고 세종로를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은 그저 안쓰러운 마음뿐 어떤 위로조차 할 수 없다. 꼭 저렇게 천막을 치고 있어야 하는지 물어볼 수조차 없다. 남의 아픈 마음을 건드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여간 불편하지가 않다. 그러나 아무도 이에 대해 말하려 하지 않는다. 언론 역시 정부가 왜 속시원하게 이들의 불만을 해소시켜주지 못하는지 아니면 이들 유족들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속속들이 보도해 주지도 않는다.

세월호 진상조사특위라는 곳은 또 무엇 하는 곳인데 그렇게도 많은 돈을 낭비하고 있으면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지 이 또한 모를 일이다. 사고 당일 대통령의 행적을 조사하자고 하는 바람에 특위회의가 무산되었다는 소식이다. 소가 웃을 일이다.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문제를 제기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한번 해 본 소리인지 말이다. 일을 처리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저 세월이나 보내면서 실속이나 챙겨보자는 것인지 우리네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회의 중에 누구는 누구를 능지처참하자거나 부관참시를 하자고 하고 또 누구는 이에 맞장구를 쳤다니 도대체 제정신이 있는 사람인지 이해가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으니 제멋대로다. 이 또한 불편한 진실이다.

전환경부장관 UN환경계획 한국부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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