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법안이 어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와 전체회의를 차례로 통과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세법 개정안 가운데 가장 민감한 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1, 2차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2013년과 2014년에도 종교인 과세가 추진됐으나 관련 법안이 국회 조세소위의 문턱조차 넘지 못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이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최근 기독교 장로회에서 자진해서 과세 결의를 하는 등 종교계의 조세 저항 분위기가 많이 누그러져 있다. 지난해 말 여론조사에서 국민 75.3%가 종교인에게도 과세해야 한다고 답했고, 기독교인 중에서도 72%가 목회자의 세금 납부에 찬성한 것만 봐도 그렇다. 이미 가톨릭 교회에서는 1994년부터 사제들의 근로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다. 1968년 국세청이 처음 도입을 시도한 이래 47년간 성역으로 남았다는 점에서 종교인 과세는 마냥 미룰 수 없는 사회적 과제로 인식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통과된 정부 안은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에 '종교소득'을 신설해 종교인 과세에 대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했다. 또한 수입의 20-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근거도 마련했다. 하지만 아쉬운 대목은 여야가 논의과정에서 시행시기를 내년에서 2018년으로 늦췄다는 점이다. 국회의원들이 일부 대형 교회의 거센 반대 때문에 '뜨거운 감자'로 여겼는지는 몰라도 종교인 과세 법안을 앞장서 처리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해진다. 즉 내년 4월 총선거를 앞두고 지역 민심과 유권자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종교계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일단 종교인 과세안이 조세소위와 기재위 전체회의를 순조롭게 통과했지만 국회 본회의 문턱까지 넘을지는 아직 낙관하기 어렵다. 2년 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기국회에서 시행시기를 다시 늦추자는 의견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헌법 제38조는 '모든 국민은 납세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종교인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조세정의 실현과 형평성 차원에서 이번 19대 국회에서 반드시 종교인 과세 법안이 처리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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