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대화·소통 행정신뢰 회복 시민공감 상생발전 계기로 삼아야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에서 표면화된 대부분 사회갈등은 공공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사실 이렇게 갈등이 장기화와 확대되는 이유는 상당 부분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갈등에 대한 관점의 문제로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갈등을 억압하는 방식으로 갈등이 밖으로 드러나지 못하였다.

그러나 표면화만되지 않았을 뿐 이렇게 억압된 과정을 통하여 사람들은 갈등을 내재화하였고, 이는 지역 사회나 계층간 경쟁적 태도와 정부정책에 대한 원초적 불신으로 쌓여 있다. 이렇게 내면화된 사회심리는 이것이 지역사회나 집단 이익과 긴밀히 연계되는 정책에 있어서 정부정책의 오류나 실수가 발견되면 도화선이 되어 사회갈등으로 폭발하고, 갈등의 대상으로 정책을 지목하게 되는 것이 우리나라 공공갈등의 메커니즘이라 할 수 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정상궤도로 진입한 논산의 충청유교문화원 건립사업도 이러한 흐름을 겪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사업은 지난 해 정부로부터 280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올해 착공예정이었다. 하지만 그간 부지선정에 난항을 겪으며 지방선거 이후 노성과 연산 간의 지역갈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모습을 보여 왔었다.

이 과정에서 처음 계획과는 달리 `개발이익`이나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까지 맞물리면서 연산과 노성 양 지역의 주민은 물론 `파평 윤`과 `광산 김` 간의종중, 조선조 노론과 소론간의 `회니시비(懷尼是非)`까지 언급되는 양상을 보였다.

후보지마다 스스로의 주장만을 내세우며 비타협적 자세를 견지하는 것은 물론, 상대방에 대한 비방은 물론 외부로 상급기관인 충청남도나 감사원 및 문화체육관광부, 심지어는 청와대로 민원을 제기하였고, 중재적 노력을 하려는 입지선정위원회를 거부하고 자기주장 관철을 위한 집단행동을 표면화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갈등의 결과는 사업추진 실적을 내지 못한 책임을 물어 2016년도 국도비 지원액이 삭감되었고, 후속사업 선정시 각종 불이익에 대한 경고를 받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 초부터 심기일전하여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논산시의 노력은 부지선정 심의위원회의 표결이라는 절차를 거쳐 건립부지선정 문제를 마무리하는 성과를 얻어냈다.

그간 지지부진으로 인한 사업무산의 위기를 넘어 정상추진으로 나가는 시초를 놓게 된 것은 시민과 논산시가 이루어낸 훌륭한 성과라고 볼 수 있으며, 지역사회 갈등관리의 새로운 귀감이 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갈등관리는 일반 정책과는 그 특성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쉽게 말해 갈등관리는 밑져야 본전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갈등이 노정된 상황에서 갈등을 해결해봐야 처음에 시작된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지 새로운 성과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내재화된 주민간 경쟁심리와 관에 대한 불신심리에서 출발한다고 본다면, 갈등이 해결되었다는 것은 지난 수십년간 지속되어온 집단적 병리현상을 치유하고 민민협력과 민관협력이라는 행정패러다임으로의 전환점을 만들어 냈다는 데서 더 큰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충청유교문화원 입지문제의 해결을 계기로 미래지향적으로 연산과 노성이 나아가 논산지역 전체가 상호 화해와 협력을 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했으며, 그 중심에 논산시가 서서 추동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출발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먼저 나서서 충분히 의견 수렴을 하고 갈등해소방안을 찾으려고 하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결과의 관점에서만 보면 이러한 시간과 노력은 불필요한 것으로 또 비효율적인 일로 비추어진다. 또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좀 더 보상을 받으려는 의도로 해석하여, 얼마를 더 보상해야 하는지에 대한 협상이 필요하지 그들의 주장에 대해서 깊이 있게 이해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기 쉽다.

이에 비해서 이번 과정에서 논산시는 갈등해결에 있어서 일관된 자세를 견지하였고, 갈등당사자인 양 지역 주민대표 및 문중대표들과 꾸준하게 접촉하여 지속적인 의견수렴과 대화를 통해 행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떠한 과정에서도 두 지역 대표자들과 대화를 통한 해결방법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공정한 자세를 최대한 견지하여 결론을 이끌어 낸 점을 높이 사고 싶다.

이번 충청유교문화원 입지선정에 있어서 갈등해결 교훈을 통하여 논산시는 소지역주의를 넘어서서 상생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함은 물론 시민의 마음을 공감하고 생각을 공유하여 신뢰행정의 초석을 굳게 할 수 있는 따뜻한 행정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권선필 목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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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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