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익 매몰 국회중병 입법기능 망각 응급상황 지역·진영주의·이념대립 참된 민주화 대수술 절실

지난 한주일 나라는 온통 고 김영삼대통령 추모열기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의 민주화 공로를 찬양하는 데 입을 모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재의 한국 민주주의는 응급실에 가야 할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다. 아마 이 부분을 간과한 것은 고인에 대한 예의, 아니면 우리 모두의 착각 때문이 아니었을까.

민주화가 되었다고 하나 선거절차만 법대로 이행되는 수준이다. 내용은 너무 빈약하다. 특히 입법부의 기능은 빈사상태다. 민주주의의 핵심기관인 국회가 국가이익이나 국민의 뜻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아무리 국민의 뜻을 투입해도 소화해 내지 못한다. 국가기능의 약화는 필연적인 결과다. 인체로 말한다면 소화기능이 극도로 무력해져 빨리 병원 응급실에 가야 할 상황이다.

인체의 병에 대해서는 치료제가 있으나 한국 국회의 병에 대해서는 치료제가 없다. 당장의 응급실도 없다. 이것이 큰 문제다. 대통령이 하소연하고 싫은 소리 하는 정도의 치료제 밖에 없다. 아주 옛날 집안에 환자가 생기면 굿이나 하고 상처가 생기면 침이나 바르던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회가 이렇게 위급한 환자가 된 것은 정치인과 국민 탓이다. 우선 정치인은 행정부가 아무리 법안처리를 하소연해도 급할 것이 없다. 이들에게 급한 것은 자신들의 개인이익이다. 개인이익은 공천과 선거다. 공천과 다음 선거에 신경쓰느라고 국회에 차분히 앉아 있을 수없다. 앉아 있어도 도저히 정신집중이 안된다. 예산심의는 자기 지역구와 정당보스의 지역구 예산을 챙기는 데 주목해야 한다. 공천을 받으려면 당내 정치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야당은 정부여당을 도와주기 싫다. 총선과 대선에서 맞붙어야 할 상대인데 그들이 잘된다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정부가 내놓은 것은 좋거나 나쁘거나 간에 우선 반대부터 해야 한다. 말로 안되면 멱살잡이를 하거나 주먹을 써야 한다. 국회폭력이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자 5분의 3 찬성에 의한 의결규칙을 만들어냈다. 국회를 병신으로 만드는 법이지만 발표는 국회선진화법이라고 했다. 국회는 여야합의가 안될 경우 표결에 부쳐 과반수로 결정하는 기관인데 그들 스스로가 불능국회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런 망국적 발상을 한 사람들은 `선진화법`이라는 것을 만들 때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이거야 말로 국익보다 사익에 우선하고 국가보다 자기 보신을 최우선으로 하는 발상에서 나올 수 있는 결론이다.

이런 구조에서 국정의 선순환이 일어날 수 없다. 무능정부, 국가정체는 필연적이다. 당장 나라를 구하고 대박을 터뜨릴 일이 있다고 해도 국회가 팔장을 끼고 있으면 실행할 수 없다. 이런 국회를 해산할 수도 없다. 한국의 국회와 정치인은 모든 여론조사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회 지지율은 5%다. 내각제라면 도저히 지탱할 수 없는 국회다.

혹자는 선거때 심판하면 될 것 아니냐고 한다.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답은 아니다. 많은 유권자들이 지역주의와 진영주의에 갖힌 몸이다. 특정지역에서는 `묻지마 투표`가 이뤄지고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보수냐 진보냐를 기준으로 진영투표를 하고 있다. 또다른 많은 유권자들은 아예 선거를 외면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이런 속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욕을 먹어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오직 낙천과 낙선일 뿐이다.

병은 있으나 의사는 없다. 정치인과 국민은 부패와 비능률의 쳇바퀴만 돌리고 있다. 마치 어리석은 다람쥐처럼!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방관하고 인내할 것인가.

순천향대 대우교수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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