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 차별화된 금융서비스 기대 국민경제·서민에 도움되길

금융위원회는 23년 만에 새로운 은행의 탄생을 예고하는 예비인가를 발표했다. 새롭게 설립되는 은행은 오프라인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인터넷상에서 계좌 개설부터 대출 기능까지 제공하는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우리에게는 생소한 형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정보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신용도를 분석하고, 기존의 제도권 오프라인 은행들에게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고객을 발굴해, 대출 등에 있어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금융은 실물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지원하고, 그 자체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국민경제의 중요한 반쪽이지만 한국의 금융서비스산업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한국의 금융시스템에서는 좋은 직장이 없는 사람, 벤처창업자, 영세 자영업자 등은 담보 없이는 제도권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둘째, 좋은 일자리도 많이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금융보험업 비중은 국내총생산 대비 5%로 독일의 3.7%에 비해 높지만 은행원수는 독일의 70만 명에 비해 턱없이 적은 20만 명에 불과하다. 셋째, 국내의 투자금융 핵심 업무는 외국계 금융기관이 주도하고 해외 진출은 매우 미약해 한국 금융기관의 해외 영업비중은 1-2%에 불과한 실정이다. 즉, 제조업처럼 해외에서 돈을 벌어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동안 한국경제의 실물부문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처럼 매출이나 수익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였으나, 금융부문에 있어서는 CITI은행, HSBC은행 그리고 골드만삭스 같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금융기관을 육성하지 못했다. 이렇게 한국의 금융산업 경쟁력이 취약하게 된 원인으로 많은 사람들이 꼽고 있는 것이 대형은행의 부재이다. 즉, 세계적으로 규모가 큰 은행이 있어야 글로벌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형은행이 없기 때문에 금융경쟁력이 취약한 것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대형은행`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맞는다. 일본의 경우 부동산 버블이 꺼지기 직전인 1990년대 초 세계 10대 은행 가운데 절반 정도가 일본계 은행이었으나,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면서 대부분 부실화되어 `잃어버린 20년`의 한 원인으로 되어버렸다.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형은행은 덩치만 키운 것이 아니라, 경쟁력이 있는 은행들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규모를 키운 결과로 탄생한 것이다. 그 동안 한국의 금융 산업은 감독자인 금융관료, 공급자인 금융기관의 대주주와 경영진 등이 높은 진입장벽(1993년 이후 은행의 신규설립이 없었음)으로 보이지 않는 카르텔을 형성해 놓고, 주택담보대출 등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곳에만 노력을 집중하며, 어렵거나 손이 많이 가는 국제금융, 투자금융 그리고 서민금융 등은 기피한 결과로 국민의 투자자산은 기형적으로 부동산에만 집중하게 되고 금융 산업이 낙후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한국 가계의 총자산 가운데 금융자산 비중은 34% 정도로 미국과 일본 등의 60-70%의 절반에 불과한 실정으로 지나치게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어 부동산 버블이 꺼지게 되면 국민의 자산이 붕괴되고 금융시스템도 부실하게 되어 국가적 위기가 초래될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이미 1990년대부터 인터넷은행이 등장한 미국, 유럽 그리고 일본 등에 비해 늦은 감이 있지만 `인터넷은행`의 도입은 한국의 금융 산업에 있어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기존 은행 중심의 경쟁이 없는 독과점적 구조에 다소나마 경쟁이라는 자극이 도입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발전하는 정보통신 기술을 금융과 접목하여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데도 상당한 기여가 기대된다. 그리고 그 동안 금융서비스에서 소외되어 있었던 고객에게도 다양한 대출서비스 상품들이 개발되어 경제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잇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넷은행`의 도입이 단초가 되어 금융이 금융기관의 대주주, 경영진 그리고 금융관료 만을 위한 산업에서 국민경제와 서민을 위한 산업으로 변모하는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박종찬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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