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은 어떻게 부를 축적하는가 소준섭 지음·한길사·372쪽·1만8000원

달에서도 보인다는 만리장성이란 구조물을 가질 정도의 커다란 땅덩어리, 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달한다 할 만큼의 인구수. 중국은 어느 모로 보나 스케일이 남다른 나라다. 게다가 세계 곳곳에 중국인이 없는 곳이 없다 할 만큼 본국을 떠났지만 여전히 화교(華僑)란 이름으로 중화(中華) 네트워크를 형성한 사람들까지 더하면 그 세력은 대단하다. 그 중화 네트워크 속 화상(華商·세계의 중국계 비즈니스맨들을 이름)들의 경제와 자본은 `세계 3위의 경제세력`이라 불리며 주목 받더니 이제는 `알리바바` 나 `샤오미`에 세계의 주목이 쏠리고 있다. 이러한 중국인의 상업 감각과 부(富)의 정신은 어떠한 것이며, 어떻게 형성됐을까. 책은 중국의 역사를 통해 세계 제1의 상업국가 중국을 파헤친다.

중국엔 응유진유(應有盡有)란 말이 있다. "있어야 할 필요한 것은 모두 갖추어져 있다"란 말로 청나라 건륭제 때 영국의 메카트니 경이 무역을 제안하자 건륭제가 한 대답이다. 이 응유진유, 지대물박(地大物博)의 나라 중국에서 `모두 갖춰져 있는 물건`들은 물 흐르듯 필요한 사람. 지역에 유통된다. 그리고 지금은 이러한 유통이 `알리바바`란 온라인 쇼핑시장에서 이루어진다. 700만 명에 이르는 판매자와 8억 종 이상의 제품이 등록돼 있는 온라인쇼핑몰에서 소비자는 필요한 물품을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게 구할 수 있다. 저자는 이것이 고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온 중국 상업, 시장의 모습이며 중국인은 `부자가 되려는 염원과 열망을 품고 자신의 생업과 교역활동 의지로 충만한 사람들` 이라고 말한다. 또 급속하게 증대되고 있는 중국의 부(富)를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장구한 역사성을 지닌 주류적 흐름이라고 본다.

진한시대 역사가 사마천은 `화식열전`을 통해 공업과 상업 활동은 사회가 발전하는 데 필연적인 조건이며 상공업자의 이익 추구는 합리적이며 합법적이라고 설파한다. 한나라 초기의 극단적이고 인위적인 억상정책에 반대하고 `자연의 법칙`에 따라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럽고 자발적인 교역활동을 지지하면서 경제 및 사업이 권력에서 해방돼야 한다는 사마천의 주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자유시장을 주장한 애덤 스미스보다 2000년이나 앞선 것이었다.

이러한 인식에 기반한 중국의 상업적 전통은 한·당·송을 거치며 실크로드를 만들고 중앙아시아와 유럽에까지 영향을 미칠 만큼 번성한다. 하지만 자기 만족과 안주에 빠진 제국이 확장 욕망을 잃고 폐쇄성에 갇히며 19세기에 이르러선 서양열강에 시달릴 만큼 쇠락하게 되고 마오쩌둥의 사회주의 실험도 실패로 끝나며 그 맥이 다하는 듯 했던 중국의 상업 전통은 효율적인 이데올로기보다는 실사구시를 중시했던 덩샤오핑과 접목되며 그 숨이 다시 살아난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현재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됐으며 현재 중국은 `新실크로드` 라는 이름으로 육·해상 교통망을 연결하여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인접 신흥국가들을 지원하여 중국 주도의 경제협력체를 만들어나간다는 야심찬 구상을 하고 있다. 동시에 `대중의 상업, 인민의 혁신`이란 슬로건 아래 알리바바· 마윈·샤오미·레이쥔 같은 민간인의 창업과 창조를 국가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저자는 이것을 중국인의 전통적인 상업정신과 방략이 현대적 방식으로 전변된 성업국가 중국의 `상업전략` 이라고 말한다. 오늘의 중국인, 중국경제에 대한 이해와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하는 책이다. 노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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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군제’(光棍節)기간이었던 지난 11일(현지시간) 912억1700만 위안(약 16조5000억원)을 기록한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하루 매출액이 베이징 국립아쿠아센터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 새겨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중국 ‘광군제’(光棍節)기간이었던 지난 11일(현지시간) 912억1700만 위안(약 16조5000억원)을 기록한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하루 매출액이 베이징 국립아쿠아센터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 새겨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노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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