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우민호 감독 내부자들

영화 `내부자들`의 흥행 돌풍이 심상치 않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경쟁작들과의 경쟁을 이겨내며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역대 한국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작인 `아저씨`의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어 `내부자들`의 최종 스코어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영화시장의 비수기인 11월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내부자들`의 매력은 무엇일까.

영화는 정치권과 재계, 언론, 조폭 등이 먹이사슬에 의해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한국 사회 권력층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아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족보 없는 검사 우장훈(조승우)과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 대한민국 여론을 움직이는 유력 일간지의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가 서있다.

이강희는 자신의 고등학교 동창인 검찰 출신 장필우 의원(이경영)을 정계에 입문시켜 여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세운 대한민국의 숨은 실력자다.

장필우를 통해 재벌인 오 회장(김홍파)에게 3000억원 규모의 불법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만든 그는 이 가운데 300억원을 다시 장필우의 정치자금으로 돌리는데 성공한다.

안상구는 어둠 속에 숨어 한국사회의 권력층인 이들 세 명의 뒤치다꺼리를 도맡아 온 정치깡패다. 이 과정에서 입수한 장필우와 오 회장의 불법 비자금 파일로 거래를 시도하지만 실패하고, 폐인이 되어 버려진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검사 우장훈이다. 전직 경찰인 그는 뛰어난 실적에도 불구하고 경찰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인정을 받지못하자 사법고시를 준비해 검사가 됐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족보가 없다`는 이유로 늘 승진을 놓친 그는 출세를 위해 장필우의 비자금 수사의 저격수로 나선다.

스토리의 중심을 이루는 갈등은 복수를 꿈꾸는 안상구와 출세를 노리는 우장훈이 손을 잡으면서 본격적으로 고조된다. 우장훈과 안상구는 비자금 파일 사건을 공론화하며 장필우와 오 회장, 그리고 이들의 뒤에 있는 이강희의 목을 조여가기 시작하고, 권력자들은 자신이 이뤄낸 것들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언젠가 뉴스에서 본 것 같은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기 시작한다.

이처럼 영화의 사실적인 한국 사회에 대한 묘사는 영화를 지켜보는 관객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 정도다. 물론 한국 사회의 어두운 뒷면을 그린 작품은 이전에도 많았다.

동명의 원작 웹툰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시나리오와 우민호 감독의 치밀한 연출력이 더해지며 완성도를 높였지만 전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올해 개봉한 `베테랑`은 물론 `성난 변호사` 역시 기득권의 비리와 이를 바로잡으려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반전과 결말은 `성난 변호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내부자들`의 경우 권력의 주변부에서 발생하는 신뢰와 배신 그리고 이에 따르는 치밀한 복수를 다루고 있는 만큼 앞의 두 영화에 비해 더 어두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스토리의 전개에 따라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배우들의 연기력도 빼놓을 수 없는 영화의 매력이다. 이병헌은 처음 도전한 사투리 연기를 어색하지 않게 풀어낸 것은 물론 헤어스타일, 의상까지 안상구라는 캐릭터의 개성을 완벽하게 표현하며 영화 개봉 전의 논란을 잠재웠다. 특히 가볍지 않으면서도 영화의 희극적인 요소를 효과적으로 살린 노련한 연기가 일품이다.

조승우 역시 출세에 대한 욕망과 정의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우장훈의 심리를 설득력 있게 풀어냈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권력자들을 움직이는 이강희라는 인물을 표현한 백윤식의 연기 역시 이름 값에 부족함이 없다. 이와 함께 영화가 러닝타임 내내 긴장감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드는 이경영과 김홍파, 배성우, 조재윤, 김대명 등 명품 조연들의 활약도 눈 여겨 볼 부분이다. 오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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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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