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의 오른쪽에 두는 그릇`이라는 뜻으로, `옛 군주들이 지나치거나 모자라는 것을 스스로 경계하기 위해 자리의 오른쪽에 두던 그릇`이라고 한다. `순자(荀子)`의 `유좌(宥坐)`편에서 유래했다. `좌우명(座右銘, 늘 자리 옆에 적어놓고 스스로 경계하는 문구)`이란 말도 `자리의 오른쪽에 써놓은 문구`라는 뜻에서 생겼다.

`공자(孔子)`가 노(魯)나라 `환공(桓公)`의 사당을 둘러보는데, 한쪽으로 기울어진 `그릇(기기)`이 있었다. `공자`가 사당지기에게 물었다. "이것은 무슨 그릇입니까?" 사당지기가 말했다. "이것은 `유좌지기`입니다(此蓋爲宥坐之器)." `공자`가 말했다. "나도 `유좌지기`에 대해 들은 적이 있는데, 비면 기울고, 물이 알맞게 차면 바로 서며, 가득 차면 엎어진다고 하더군요."

`공자`가 제자를 돌아보며 말했다. "물을 따라 보아라." 제자가 물을 따랐는데, 정말 물이 알맞게 차니 바로 섰고, 가득 차니 엎어졌으며, 비니 기울어졌다. `공자`가 탄식하며 말했다. "아, 가득 차도 엎어지지 않는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자로(子路)`가 물었다. "감히 묻겠습니다. 가득차도 엎어지지 않는 방법이 있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아무리 지혜로워도 우둔한 모습을 지켜야 하고(聰明聖知, 守之以愚), 공훈이 천하를 덮을 정도로 커도 겸양의 미덕을 지켜야 하고(功被天下, 守之以讓), 아무리 용감하고 힘이 세도 겁먹은 모습을 지켜야 하고(勇力撫世, 守之以怯) 아무리 천하를 다 가질 정도로 부자라고 해도 겸손한 모습을 지켜야 한다(富有四海, 守之以謙). 이것이 바로 물을 떠서 덜어내는 방법이다."

지난주 한일 야구경기는 명승부로 끝났다.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결과론이지만, 만약에 오타니라는 일본 투수가 계속 던졌다면 승부는 어땠을지. 상상하고 싶지 않다. 일본감독은 혹시 자만했던 것은 아닌지. 모두가 마음 한구석에는 늘 `유좌지기`를 두고 평정심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

충남대 국제화사업단 부장·중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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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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