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은 아는 멋집 - 39 대전 유성구 봉명동 '르 퓨어 카페(LE PURE CAFE)'

드라이플라워와 프리저브드플라워로
 만든 캔버스플라워.
드라이플라워와 프리저브드플라워로 만든 캔버스플라워.
며칠 째 말간 볕을 보지 못했다. 여전히 잿빛 일색인 하늘 때문에 벌써 겨울이 성큼 다가온 듯한 착각에 빠졌다. 10도 안팎의 늦가을 날씨임에도 어깨가 움츠러드는 것은 마음이 춥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발걸음이 빨라졌다. 바깥의 날씨가 무색할 만큼 향기롭고 따뜻한 공간이 필요했다.

일명 도안 카페거리라 불리는 봉명동 일대에서 걸음을 멈춘 곳은 르 퓨어 카페(LE PURE CAFE·유성구 봉명동 1051-6)였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는 빨간 리본이 입구를 장식하고 있지 않았다면, 작은 흰색 간판에서 `르 퓨어 카페`라는 이름을 찾지 못했다면 비교적 단조로운 회색 건물을 그냥 지나칠 심산이었다.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실내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샹들리에에 시선을 빼앗긴 것도 잠시, 입구에서 정면에 자리잡은 생화 저장고를 시작으로 내부 전체를 장식한 꽃과 화분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흰색 벽면에는 차분하지만 고유의 색감이 잘 살아난 드라이플라워(Dry flower)와 생화의 자태를 뽐내는 프리저브드플라워(Preserved flower)가 전시돼 있었다. 건조시키거나 보존처리된 꽃인데도 마치 진한 꽃향기가 풍겨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난 해 5월 문을 연 르 퓨어 카페는 도안 카페거리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문을 연 카페 중 하나다. 쌍둥이 형제인 김원철·김동철 대표는 손님이 꽃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르 퓨어 카페를 구상했다. 동생인 김동철 대표의 부인이 둔산에서 꽃집을 운영했던 것이 계기가 됐다. 지난 7월 한차례 리뉴얼 과정을 거쳤다.

카페에 들어오는 생화는 주로 부케에 사용되는 수입꽃으로 평소 접하기 힘든 꽃들이 많다. 꽃을 건조시킨 드라이플라워나 보존액을 사용해 생화 형태 그대로 보존시킨 프리저브드플라워는 르 퓨어 카페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콘셉트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캔버스 위에 드라이플라워나 프리저브드플라워를 고정시킨 캔버스 플라워는 르 퓨어 카페에서 처음 시도한 것으로 취향에 따라 다양한 캔버스와 꽃을 사용할 수 있고 어느 곳에서나 손쉽게 걸어둘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캔버스플라워는 일반 손님뿐 아니라 카페 운영자나 인테리어 관계자 등에게도 인기가 많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동철 대표는 "계절마다 나오는 꽃을 사용해 드라이플라워나 프리저브드플라워를 만드는 데 프리저브드플라워의 경우 보존 과정에 따라 최대 2주 정도 소요되기도 한다"며 "최근에는 웨딩촬영에 드라이플라워나 프리저브드플라워를 부케로 사용한 후 캔버스플라워로 만들어 보존하고 싶어하는 손님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카페 한켠의 독립된 공간에서는 드라이·프리저브드플라워뿐 아니라 부케, 웨딩플라워 등을 만드는 작업과 소규모 수업이 이뤄진다. 르 퓨어 카페 인근에 자리잡은 퓨어딜라이트 스쿨에서는 가드닝(Gargening) 전문가반, 웨딩반, 데코반 등 다양한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전시된 작품 중 일부는 수강생들이 수업을 통해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카페를 방문하는 손님이 방명록을 남기면 매월 말일 추첨을 통해 드라이플라워 등을 만들어볼 수 있는 일일체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저녁 8시 30분에는 꽃과 함께하는 재즈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목원대 학생들로 구성된 공연팀 `이지앤딥`이 1시간 정도 재즈 공연을 진행하는데 야외로 이어지는 문을 열어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누구나 재즈 공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

김 대표의 부인이자 플로리스트 이채원 실장은 "도심 속에서 꽃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좁은 공간이긴 하지만 생화나 드라이플라워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며 "꽃과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와서 일상에 지친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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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퓨어 카페 전경.
르 퓨어 카페 전경.
르 퓨어 카페 내부. 화려한 샹들리에와 
향기로운 화분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르 퓨어 카페 내부. 화려한 샹들리에와 향기로운 화분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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