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함몰돼 경제·산업부 대변하는 모양새

미래창조과학부가 창조경제를 중심으로 한 성과주의에 골몰하다 보니, 과학기술계 주관 부처로서의 기능에 소홀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미래부가 올 한 해 동안 과학기술계에 큰 파장을 몰고온 R&D 혁신안이나 임금피크제, 공공기관 지정 해제 등 이슈에서 과기계 주관부처로서의 역할보다는 창조경제에 함몰 돼 경제, 산업부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데 급급했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23일 대덕특구 내 과학계에 따르면 국가 과학기술 정책의 근간이 되는 R&D 혁신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을 과학기술 전담부처인 미래부가 주도하지 못한 점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 5월 발표된 R&D 혁신안은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연구성과 창출 뿐 아니라 시장 결합에 중점을 둬 연구개발 전주기 보다는 후속단계인 산업 및 경제성에 지나치게 무게를 뒀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R&D 혁신안 중 연구관리전문기관 통합, 과학기술정책원 신설은 미래부보다는 각각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의 요구가 강하게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흘러나온다. 실제로, 창조경제 정책의 핵심인 △연구소 기업 창업 등 스타트업 육성 △중소기업 지원을 비롯해 임피제 도입을 앞세운 일자리 창출 등은 사실 미래부 보다 경제 관련 부처와 더욱 성격이 가깝다.

시민참여연구센터 관계자는 "창조경제는 미래부만의 영역이 아니라 국정 전반에 걸쳐 중요한 기조로서 추진돼야 하는데 미래부가 창조경제를 모두 챙기려다 보니 오히려 국가의 중장기적 성장기반을 강화하는 데는 소홀하게 됐다"며 "경제와 산업, 일자리 등은 관련 부처의 몫으로 넘겨야 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산업부나 경제부처의 지원 부처 역할에 머물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계 뿐 아니라 출연연 전체적인 반발이 거센 공공기관 개혁, 임피제 도입 등에 대해 미래부가 과학계의 의사 보다는 기재부 방침을 관철시키는데 주력하는 모양새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올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래부 소속 다수의 고위 공직자들이 국회의원으로부터 `현재 역할에 충실한 답변을 내놓으라`는 지적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덕특구 내 종사자 A씨는 "다른 어느 공공기관 보다도 임피제 도입에 대해 반대 여론이 높다. 미래부는 이해한다 쳐도 과학기술연구회 조차 출연연의 입장을 이야기하기는커녕 기재부의 방침에 말 한마디도 꺼내지 못한다"며 "부처 스스로 과학기술부처라고 자신하는지, 아니면 그저 창조경제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정연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정연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