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편중인사 4반세기 지속 TK, 4대 권력기관장 싹쓸이 예산 편성도 쏠림·소외 현상 견제·균형 파괴는 망국의 길

1991년 4월 강경대 사망사건이 있었다. 명지대학생 강경대씨가 학생시위 중 경찰의 몰매를 맞고 사망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시국은 더 혼란해졌다. 이때 KBS에서 "이 시국 어떻게 풀것인가"라는 주제를 놓고 국무총리와 신문방송통신의 논설위원들을 불러 대담토론 자리를 마련했다. 필자도 참석한 이 자리에서, 당시에 하도 말이 많던 TK편중인사에 관해서 물었다. "특정지역에 대한 편중인사를 고쳐야 한다는 여론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런데 다소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 총리는 대뜸 "나는 TK가 아닙니다."고 맞받았다. 그래서 나도 "그렇지만 총리도 영남출신 아닙니까?"라고 반문했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바둑에서 아다리를 친 꼴이 되었다.

그 특정지역문제, TK문제가 4반세기가 지난 오늘도 계속중이라는 사실은 대단히 유감된 일이다. 대한민국 4대 권력기관장 중 3명이 TK! 6대권력기관장 중 5명이 영남! 최근에 새로 뽑은 검찰총장도 TK!

4대권력기관장이라 함은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이다. 이중에 국가정보원장만 빼고는 전원이 TK라는 얘기다. 6대 권력기관장이라 함은 여기에 감사원장, 공정거래위원장을 넣은 것이다. 이런 분류는 법전에는 없다. 그러나 실제 권력세계에서는 `칼자루를 쥔 자리`로 자주 거론되는 얘기다.

대전-충남은 박근혜정부 초기에 공정거래위원장 자리에 한 사람이 올라가긴 했지만 비교적 조용히 지내다가 내려왔다. 최근에는 행자부장관 후임에 충남출신 한명이 유력하게 거론되더니 어느 신문의 내정자 보도에서는 빠졌다. 그래도 내각에 한다리는 걸쳐왔던 대전-충남은 언제부터인지 무장관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신임 검찰총장후보 선발이 끝난 다음에 우연히 추천위원 한사람을 만났다. "이번에도 티케이가 되었더군요. 다른 지역에서는 총장감이 없었습니까?" "예, 아예 대전-충남은 후보군에 낄만한 사람이 없었어요." 후보 근처에도 올만한 사람이 없었다는 얘기다. 언제 그렇게 사막같은 동네가 되었나!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의 한 보도는 여기에 대한 답을 주고 있다. `검찰 검사장급 이상 절반 가까이를 영남출신이 차지하고 있다. 올해 경찰 경무관 승진자 중에도 (영남이)절반을 넘었다.` 약간 과장된 말인지는 몰라도 괜찮은 부처의 괜찮은 과장급부터 그들이 다 차고 앉아 있기 때문에 국장, 실장, 차관, 장관자리가 비어도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자리만 그런 게 아니다. 기획재정부가 국토교통부의 내년도 사회기반시설(SOC) 예산을 심사하면서 대구·경북 지역의 도로·철도 사업비는 크게 늘리고, 충남이나 전북 등 다른 지역 사업비는 깎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신 충남, 전북, 경기 지역의 예산은 깎았는데 그것도 하필이면 충남에서 제일 많이 깎았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보통 각 부처의 예산을 받아서 깎는 곳인데 TK지역에서 대폭 증액된 것을 놓고 말이 많다. 기재부장관이 TK출신이다. 아마 IMF때 은행을 정리하면서 충청도출신 재무장관이 제일 먼저 충청은행을 없앴다는 사실을 알고서 그러지는 않았을 테지만.

사실 이런 문제는 행정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법부도 비슷하다. 흔히 높은 곳이라고 불리는 권력피라밋의 꼭대기층에 가면 동창회나 향우회 분위기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는 국가적으로 심각한 현상이다. 대통령후보도 특정지역 출신만 주로 거론된다. 특정지역, 특정그룹의 권력독점이 유발하는 가장 큰 문제는 불공평이 아니다. 지역감정도 그 다음이다. 견제와 균형의 파괴가 가장 큰 문제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고 그런 국가는 망하기 쉽다는 것이 정치학의 통설이고 인류역사의 진실다.

순천향대 대우교수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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