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필자는 유성의 한 택지개발지구에 다가구주택 한 채를 설계하고 준공을 냈다. 필자는 건축주에게 감사를 느낀다. 새삼스레 왜 고맙다고 말하는가? 설계자와 건축관련자 모두를 선량한 사람으로 만들어 줬다. 이 건물에는 불법분방이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 건축사들의 고민중 하나가 다가구주택의 분방과 다락과의 싸움이다.

다가구주택을 지어 임대해 은행이자 이상의 수입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다가구주택의 수요는 지속되고 있다. 다가구주택은 가구수가 많으면 임대수입이 높아지므로 허가된 가구수보다 많은 분방, 이른바 방 쪼개기와 다락의 주택화를 불법으로 하고 있다. 이는 심각한 도시문제와 사회문제를 발생시킨다. 대표적으로 주차장 부족이며 다가구 밀집지역은 도로가 주차장화 돼 보행자나 살고있는 사람마저 불편을 호소한다. 쾌적한 주거환경을 기대할 수 없다. 또한 건물 소유자를 범법자로 만든다. 입주자는 건물에 문제가 생기면 보상도 어렵다. 정상적인 다가구 건물을 소유하는 사람은 불법분방한 다가구주택 때문에 세입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준법자만이 손해 본다는 자괴감을 들게 만든다.

이런 건물 대부분은 이른바 `업자`라는 무면허 시공자에 의해 생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업자는 불법분방 공사 후 일반인에게 매도한다. 이 불법건물을 매입한 일반인은 나중에 적발돼 원상복구나 벌금을 받는다. 불법을 저지른 업자는 이미 이득을 취한 후 사라 진 뒤다.

불법건물을 방지하기 위해 건축사들은 애쓰고 있다. 설계시 분방 불가함을 설득하고 감리시 불법공사가 안되게 노력하지만 한계가 있다. 업자에게 설계와 감리를 의뢰받았기에 업자의 뜻을 막기는 역부족이다. 업자에게서 독립되지 못한 구조이다. 그래서 건축사들은 법으로 설계와 감리의 분리를 주장하고 있고 부분적으로 시행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 시점에 필요한 것이 행정기관의 불법건물 단속이다.

대전시와 각 구청은 손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긁어 부스럼 만든다고 방치할 일도 아니다. 공사중이거나 준공된 다가구주택을 조사해 불법분방을 단속해야 한다. 행정기관은 준법시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도시환경을 쾌적하게 유지,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 행정기관도 알고 있는 불법내용을 방치하는 것은 공무원의 직무유기다. 대전건축사회에서는 시와 합동단속을 요구하고 있으나 무슨 이유인지 움직이지 않는다. 업자들과 유착관계가 아니라면 단속을 해야 한다. 이것이 건실하고 쾌적한 대전건축의 첫걸음인 것이다.

대전건축사회 회장 김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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