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쉽고 편한 그림은 좋아한다. 이해가 쉬운 탓이다. 이미지로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이다 보니 화가마다 이런저런 기법을 적용하지만 전람회를 가면 으레 쉬운 그림에 눈을 돌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예술성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어떤 화가는 난해한 그림으로, 또 어떤 화가는 마치 어린이가 그린 동화 같은 그림으로 화단과 미술시장에서 존재감을 과시하지 않던가.

서양화가 이수동(1959∼)은 후자 축에 속하는 화가다. 동화 같은 쉬운 그림으로 일가를 이룬 인기작가다. `가을편지(2008)`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작품의 주제는 연인들의 러브스토리다. 자작나무 숲과 해변의 백사장, 휘영청 밝은 달은 사랑을 더 아름답게 하는 배경이다. 한 여자가 남자에게 다가가고 있는데 남자는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다. 남녀를 유난스럽게 작게 표현 한 탓에 두 사람 간의 거리는 더 멀게 느껴진다. 남자를 향한 여인의 애틋한 감정과 연서를 기다리는 남자의 설렘을 강조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된 복선이라 할 수 있다. 흰 백사장과 달빛에 반사돼 노란색으로 변한 자작나무 잎과 황토색 대지의 대비, 그리고 칠흙의 먼 바다와 비취색에 가까운 바다 역시 남과 여, 음양의 이치를 은유하는 것이리라.

이수동이 본래 쉬운 그림을 그리던 화가는 아니었다. 초기에는 `뭉크풍`의 무섭고(?) 어두운 인물화 작업을 주로 했다. 그러다 1990년 쯤 한 컬렉터의 애프터서비스 요구에 밝은 그림으로 전환을 했다. 내용인 즉슨 자신의 작품을 구입한 한 컬렉터가 그 그림을 거실에 걸어 놓았는데 아들이 밤에 화장실을 가다가 그 그림을 보고 무서워 울었다며 다른 그림으로 바꿔달라고 하소연을 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작가는 자신의 그림세계에 대한 고민 끝에 "어린이에게도 감흥을 못주는 그림이 어떻게 어른들의 마음을 살 수 있겠냐"며 밝고 따스한 느낌을 주는 풍경화로 바꿨다고 한다. 필자가 2008년 대전 전시 때 만나 직접 들은 후일담이다.

이수동은 `가을동화` 화가로도 알려져 있다. 2000년 방영된 드라마 `가을동화` 주인공 송승헌의 작업실과 전시실을 장식한 그림 모두가 그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대구 출신으로 영남대 서양화과와 대학원을 나온 후 행복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 인기를 끌면서 국민화가 반열에 오른 대표작가다. 충남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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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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