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TV의 예능 프로그램인 `삼시세끼 어촌 편`이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 종합편성방송 채널을 통틀어 같은 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상종가를 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연예인들이 출연해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평화롭고 한가로운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자급자족하는 야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평범하면서도 소박한 하루 먹거리인 `삼시세끼`를 잔잔하게 담아낸 내용이다.

포맷은 단순명료하다. 재료를 얻고,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잠을 자는 별반 특이하다고 볼 수 없는 패턴이 매번 반복된다. 그 과정에는 출연자들의 땀흘림과 시행착오, 인간적인 면모가 버무려져 있다. 그렇다고 갈등이 없는 것도 아니다. 투닥거리고, 옥신각신하면서도 결국 화해를 하고 정성스레 밥상을 차려 내는 보통 사람들의 그것과 썩 차이는 없다.

그런데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 이유는 뭘까. 나름의 해석들이 있지만 일상성에 대한 공감, 치열한 경쟁에 지쳐 있는 현대인들에 대한 쉼, 잊혀졌던 것들에 대한 소중함 등이 작동되고 있는 것 같다. 한 끼 밥상을 차리기 위한 그들의 `희로애락`은 부담이나 억지가 없어서 자연스럽고, 공감을 준다. 출연진들의 소소하지만 꾸준한 소통과 수수함, 심지어 어설픔까지 편안함을 주고 미소를 번지게 한다. 이 프로그램은 갈수록 작위적이고 자극적인 내용 일색의 기존 예능 프로그램과 차별화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19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이 차려야 할 `밥상`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내년 4월 20대 총선거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 문제를 비롯해 새해 예산안, 민생 법안 등 처리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하나 같이 시급을 요하는 사안인데도 여야간 이해 관계가 얽혀 난맥상이다.

당장 선거구 획정 문제는 내일까지인 국회 확정 법정시한을 지키기 어렵게 됐다. 이제껏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던 여야가 `발등의 불`이 떨어지자 당 대표까지 나서 해결에 나섰지만 법정시한 준수는 물 건너 갔다.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 획정위로 안을 넘겨 최종안을 정리하고 다시 국회로 넘겨 받아 본회의 의결을 하려면 시간이 촉박하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스스로 법을 어기는 격이다. 법정시한을 준수하지 못한 것은 비단 이번 만이 아니다. 18대나 19대 총선의 경우 선거일을 거의 한 달 앞두고 선거구 획정안이 확정돼 공포됐다. 정치권의 구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새해 예산안도 순조롭게 처리될지 의문이다. 예산·결산의 마지막 관문인 소위가 조만간 가동될 예정이지만 여야간의 최근 기류를 보면 심상치가 않다. 새누리당은 새해 예산안과 노동개혁 관련 법안 등을 연계할 방침이지만 새정치연합은 `총선용 예산`을 바로잡고 복지·민생 예산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상황이 꼬이면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자동 부의될 처지다.

충청권 현안과 관련한 예산도 발목이 잡혀 있다. 세종시 이전 대상 기관인 국민안전처의 이전 예산이 예결위 문 턱도 못 넘고 상임위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아 파문이 일파만파다. 일부 야당 의원들의 반발과 관계 부처의 소극적인 태도로 자칫하면 안전처의 세종시 이전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은 정기국회 주요 현안과 민생 법안 처리에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파열음을 내고 있다. 여야는 여러 차례 회동을 갖고 이런 사안들을 논의했으나 이견이 커 무산의 연속이다. 민생을 위한 법안 처리가 자꾸 늦어지는 것은 오롯이 이들 탓이다.

정치권이 소임을 다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예산도 그렇거니와 민생 법안, 새해 예산, 선거구 획정까지 어느 것 하나 명쾌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게 작금의 실상이다. 정치권이 국민을 위한 `밥상`을 차릴 의지가 있는 것인 지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설사 밥상을 차렸다 하더라도 정성이 담기질 않아 `밥맛`도 그렇거니와 억지로 먹다 곤욕을 치르는 것은 아닌지 개탄할 따름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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