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어리석음을 정중하게 사과하다`라는 뜻으로, `완곡하게 어떤 일을 거절함`을 비유한다. `좌전(左傳)`의 `양공(襄公)31년`에서 유래했다.

`자산(子?)`은 정(鄭)나라 `간공(簡公)`을 도와 진(晉)나라로 갔다. 진나라 `평공(平公)`은 노(魯)나라 `양공`의 장례를 이유로 그들을 만나지 않았다. `자산`은 사람을 시켜 영빈관의 담을 부수고 자신의 수레와 말을 안으로 들였다. 진나라 대부 `사문백(士文伯)`이 `자산`을 책망하며 말했다. "우리나라는 도둑이 많은데, 지금 당신이 담을 부셨습니다. 그래서 저희 군주께서 그 이유를 물어보라고 하셨습니다." `자산`이 답했다. "우리나라는 작은 나라로 대국의 틈에 끼어 있는데, 대국은 우리에게 시도 때도 없이 조공을 요구하여 편히 지낼 수 없습니다. 할 수 없이 우리는 백성에게 세금을 걷어 조공을 바치러 오는데, 담당자가 틈이 없다고 하여 만날 수 없습니다. 저는 `문공`이 맹주일 때 궁실은 작았으나, 제후들이 묵는 영빈관은 매우 크게 만들어, 수레와 말을 둘 곳이 있었으며, `문공`께서는 절대로 손님을 오래 기다리도록 하지도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후들은 노비가 자는 곳에서 자고, 대문은 수레가 들어갈 수도 없는데, 도둑들은 공공연히 날뛰고 있습니다. 만약에 제가 영빈관 담을 부수지 않았다면 공물을 둘 곳이 없었을 것입니다." `사문백`이 돌아가 보고했다. 진나라의 경대부인 `조문자(趙文子)`가 말했다. "이것은 우리의 잘못이다." 그는 `사문백`을 보내 진나라의 어리석음을 사과하게 했다(使士文伯謝不敏焉).

갑과 을의 논쟁은 끝이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하지만 갑이라고 해도 최소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수 있는 아량을 가지고 있다면, 갑을의 관계는 조금이라도 개선되지 않을까. 어찌 보면 우리나라도 강대국의 틈새에 끼여 있는 을(乙)로서 힘을 합쳐도 힘든 상황에서, 왜 우리는 항상 집안에서 서로 으르렁대고 있는지. 충남대 국제화사업단 부장·중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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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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