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이라는 말을 처음 쓴 사람은 어쩌면 미국에서 부통령을 역임한 엘 고어(AL Gore)였을는지도 모른다. 2000년 대통령선거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신 그는 2006년에 자신이 평생을 연구하고 주장해 왔던 지구환경문제에 대한 책을 출판하였다. 이때 그 책의 제호를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이라 명명하였다. 그의 논지는 간단하다. 사람들은 알고 있지도 않고 알려고도 하지 않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는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원인은 인간이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듣기 거북하고 믿어지지 않지만 이것은 진실이라고 설파한다. 불편한 진실 그 자체라는 것이다.

이런 불편한 진실이 우리에게는 왜 없겠는가! 그 첫 번째로 지적하고 싶은 것이 한국의 지정학적인 위치다. 지도를 보면 마주보고 있는 모든 태평양연안 국가들의 한복판에 우리는 자리하고 있다. 한·러관계나 한·일관계나 한·중관계를 보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유독 혈맹관계인 대(對)미관계에 있어서만은 일본에 비해 한발 물러서 있는 형국이다. 1950년 1월에 미국이 `애치슨 라인`을 발표하면서 왜 한국을 제외시켰는지를 금방 알 수 있게 해준다. 여간 불편하지 않은 역사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행사를 부추기면서 일본을 동북아 안보의 한 축으로 삼으려고 하는 것을 보면 미국에게 있어 일본의 위치는 가히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서 한국은 일본에 뒤처져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야 말로 아무도 말하려고 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다. 한·일관계가 매끄럽지 않을 때에 미국이 불편한 감정을 내비치는 대상은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사실만 보아도 그렇다.

한·일관계에 있어 불편한 진실은 또 무엇인가? 현실적으로나 당위론적 차원에서 한·일관계는 돈독한 우의(友誼)와 협력적 동반자 관계가 형성되어야 마땅하다. 그것이 양국의 국익을 위한 최선의 길이다. 그러나 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역사의 DNA다. 일본 지도층이 가지고 있는 뿌리깊은 정한논(征韓論)사상이 그들의 DNA로 꿈틀거리고 있는 것을 우리는 본다. 이것 또한 틀림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단적인 예로 대한민국의 실효적 지배영토는 남한만에 국한됨으로 북한에 일본자위대가 들어가는 것은 일본의 자유 어쩌구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들이 바로 그런 것이라 할 것이다. 일본 열도가 지각변동이나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을 적마다 일본이 넘보고 싶은 곳은 모든 자연적 재해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한국이 그 대상이 되고 있지나 않은지 모를 일이다.

한국에도 마찬가지의 DNA가 있다. 친일파(親日派) 혐오사상이다. 정치인에게 있어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가히 치명적이다. 역사교과서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도 야당에서는 국정교과서로의 전환은 친일을 미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맹비난한다. 이는 우리의 DNA를 자극하려는 전략임을 쉽사리 알 수 있다. 한·중관계에는 또 어떤가? 한·중관계는 어떤 다른 나라와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역사가 깊고 남다르다. 그런데도 어쩐지 동맹관계로 발전해 나갈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중국이 우리를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로 인식하고 또 중화사상(中華思想)으로 무장하고 있는 한 말이다. 영토문제에 있어서나 북한문제제 있어서도 중국과 우리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걸핏하면 "중국에 기댈래 일본과 손잡을래?"와 같은 눈짓으로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일본은 중국과 센카쿠(尖閣)열도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列島)문제로 영토분쟁의 당사국이기 때문에 미국과 동맹관계만 끈끈하게 유지하면 아무런 걱정거리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과는 다른 입장일 수밖에 없다. 통일이란 우리의 숙원사업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이 혈맹관계다. 그러기에 대한민국을 대(對)일 내지 대(對)미정책의 한 지렛대로 활용하려고 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요구에만 따를 수는 없을 것이다. 체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전환경부장관 UN환경계획 한국부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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