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 밖 세상이 온통 빨갛게 물들었다. 푸르고 싱그럽던 자연은 이제 다른 풍경과 세상으로 우리를 감동시킨다. 당겨진 시위처럼 스치는 시간 속에서도 계절의 변화와 다름을 통해 오늘의 의미를 깨닫고 느끼게 한다. 그 감동은 변화의 `차이`가 두드러질 때 더욱 커지며 풍요로워 진다.

계절뿐만 아니라 사람이나 사물이 서로 다른 속성의 차이를 명료하게 드러내고 다름을 존중하며 어우러져 공존함으로써 성숙한 문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건축 등의 시각화된 문화는 더욱 그 특징이 두드러지며, 우리의 건축의미 찾기 레시피에서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바로 그 `차이`를 실현하고 읽어내는 것이다.

건축형태나 공간의 `차이`를 읽어내는 것은 서로 다른 요소들의 `대비`와 `공존`을 통해 구현된다. 전체와 부분, 부분과 부분, 중심과 주변, 앞과 뒤, 위와 아래, 안과 밖, 비움과 채움, 대칭과 비대칭, 규칙과 불규칙, 모양과 크기 등의 개념들이 어떻게 다르게 실현되고 있는 지, 또 그 `차이`가 얼마나 명료하게 드러나고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하며 대비시킨다. 또 얼마나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는지를 읽어내고 답하는 것이다. `차이`가 명료하고 자연스러울수록 건축이 주는 감동은 더욱 가치를 더한다.

필자의 지난 칼럼에서 얘기한 `사이`에 집중해 건축본질인 공간을 읽어내는 방법도 건축 `사이`의 `차이`를 분명하고 또렷하게 함으로써 사유하고 감동하며 그 의미를 찾는 것이다. 건축형태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드러나는 건축물의 외피는 공간을 담아내는 물리적 형태이기에 그 `차이`는 곧 건물 개개의 바코드이자, 건물 고유의 표정이 되는 것이다. 서로 다른 표정을 가진 건축물들이 모여 그 거리만의 풍경을 만들고 마을의 고유의 문화를 이뤄 그 도시만의 정체성을 이루는 것이다.

다름을 구분하기 어려운 여느 도시나, 거리와 아파트 등은 획일화 된 우리의 정체성이자 이시대의 표정이다. 다르지 않은 일상의 지루함이 얼마나 무료하고 무의미한가? 다양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은 지금과 다른 것을 찾는 `차이`를 실현하고자 하는 여정일 것이다. `진정한 발견의 여정은 새로운 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이다. 지금 당신의 도시에서 새로운 눈으로 `차이`를 읽어내고 실현하여 클래스가 다른 새로운 감동의 건축문화를 바라보고 이끌어내어 보자. 오늘도 어제와 다른 새로운 도시의 거리를 걸어본다.

이상우 건축사사무소에녹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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