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권순 문화재청 창조행정담당관.
황권순 문화재청 창조행정담당관.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문화재를 만난다. 초중등학교 학생은 역사시간에, 전공자는 연구하는 과정에서, 여가를 즐기려는 시민은 여행 중에 찾은 유적지나 박물관에서, 또는 즐겨보는 사극이나 영화의 배경화면에서 각자의 취향에 따라 문화재와의 만남을 가진다. 우리는 연배나 계층을 가리지 않고 자주 접하고 있지만, 실상 수요자 구미에 맞게 정보를 얻고 향유할 수 있는 기회는 적다. 지금 문화재청은 이러한 문제를 조금씩 풀어가고 있다.

각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문화재가 주는 혜택을 누리려는 요즘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아주 적합한 패러다임 중 하나가 정부 3.0이다. 이는 단순한 국정전략인 듯 보이지만 실은 쉬울 것 같지만 어려운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그 한 방법이 국민 개개인이 필요한 맞춤형 정보를 받고, 한 단계 높은 공공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정부가 가진 다양한 정보를 모두 개방·공유하는 것이다. 문화재 분야에서는 국가문화유산포털(www.heritage.go.kr)을 통해 `문화재에 관한 모든 것`을 제공하고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다음 세대가 가슴으로 문화재의 소중함을 느끼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대전 천연기념물센터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곳을 주로 찾는 유치원생, 초등학생에게는 성인해설사의 해설이 지루하기만 했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재미있고, 유익하게 교육시켜 또래아이들에게 직접 문화재를 설명해주는 어린이 해설사 서비스(주니어 도슨트)제도를 시작해보았다.

아이들은 센터의 연구자들만이 가는 천연기념물 동굴체험, 자연문화재 탐구답사 등을 통해 문화재를 직접 만지고, 직업체험도 할 수 있다. 현장에서 배운 아이들이 성인보다 훨씬 더 생생한 목소리로 또래아이들에게 문화재를 설명하니 듣는 아이들도 재미있게 문화재 설명을 듣는다. 이 서비스는 곧 목포의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전주의 국립무형유산원, 서울의 덕수궁 석조전, 서울의 고궁박물관 등 전국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2008년 숭례문 화재 이후 문화재 관리의 기본부터 내실을 다지는 자세로 그간 비정상적인 문화재 관리를 정상화 하기위한 몇 가지 일을 시작했다. 중점적으로 관리해야하는 문화재를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안전상태를 점검하는가 하면, 그간 일반 국민들은 볼 수 없었던 문화재를 수리하는 현장을 공개하고 있다. 또한 부실 수리공사를 방지하기 위해 수리실명제를 도입하였고, 수리자격증을 불법적으로 빌려주는 것을 막기 위해 암행감찰도 하고 있다. 그리고 제도적으로 부실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최저가격에 의한 입찰제도도 개선하고 있다. 가만히 생각하면 진즉에 정상화시켰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비온 뒤에 땅이 굳는 것처럼 숭례문 화재 이후 나타난 문제들을 그 기본적인 부분부터 차근히 점검하고 있다.

정부 3.0이나 비정상의 정상화가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바로 우리 국민이다. 국민의 마음을 읽고,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러나 아직도 정상화시켜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 문화재청은 매장문화재 발굴로 인해 겪는 국민의 불편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하고, 논이나 들판 한복판에 있는 문화재를 세심하게 관리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또한 우리의 무형문화재가 세계 속에서 찬사를 받을 수 있도록 진일보한 지원정책도 필요하다.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지만 두 번 다시 방문하고 싶지는 않다는 언론기사를 자주 접한다. 우리의 것을 보여주지 않고 우리의 것을 맛보게 하지 않고서는 관광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답은 문화재에 있다. 우리민족의 전통과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문화재를 잘 보존하고 가꾸어서 세계인에게 선보일 수 있어야 한다.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선조가 물려준 문화유산을 내일에 잘 전할 수 있을 때까지 문화재청은 늘 새로운 생각과 패러다임으로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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