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하나씩 단점은 있기마련 치명적 아킬레스건 민감한 반응 때로는 주변인과 불화 일으켜 스스로 마음 다스리며 살아야

오래전 서해안에 작은 어선이 뒤집혀 선장을 위시한 선원들이 무인도 섬에 간신히 헤엄쳐 상륙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무서운 칼 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철이라 이들은 젖은 옷을 입은 채로 날이 밝아 올 때까지 계속 섬을 돌았다고 한다. 졸면 죽는다! 졸면 죽는다를 연신 외쳐대면서….

개척교회 시절 하루종일 동분서주 바쁘게 살았다. 작은 지하실을 얻어 개척하면서 화장실 청소에서부터 새벽차량운행까지 심방, 전도, 제자훈련, 모든 것이 내 몫이였다. 이렇듯 하루 종일 정신없이 사역하고 있을 때 다음 날 새벽기도는 정말 고역 중에 고역이였다.

새벽4시30분! 귀뚜라미 알람소리에 깨어난 아내가 나를 깨우는데 나는 거의 정신병 환자처럼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베개를 집어들고 던질 태세를 취하자 너무 놀란 아내는 황급히 혼자 길 건너 예배당으로 향했고, 나 혼자 씩씩거리며 앉아 있자니 서서히 잠에서 깨어난 나는 내 모습이 참 한심스러웠다.

초등학교 시절 공무원으로 기관장 직을 감당하고 계셨던 아버님은 책을 좋아하셨는데 나는 밤 10시까지 형은 밤 12시까지 시간을 정해 놓고 공부하라 하셨다. 내 기질적으로는 공부는 시간 보다는 분량을 정해주고 그날의 공부를 끝내면 자유롭게 자라고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인데 당시 너무 무서웠던 아버님의 명령에 나는 꼼짝 못하고 책상 앞에서 그 밤 10시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아무리 공부를 일찍 다 해놓아도 겨울의 긴긴 밤 10시는 너무나 길었다. 책을 펼쳐놓고 공상을 하다가 고개를 떨구고 졸면 여지없이 아버지의 베개가 날아오면서 호랑이 같은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잠 때문에 망할 놈!"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여름방학이면 대전 집으로 내려왔다. 70년대 배 고프던 시절 한 여름 마루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누나가 수제비를 끓여놓고 불기 전에 먹으라고 깨우는데 나는 갑자기 화단에 돌멩이를 집어 누나에게 던졌다. 돌은 누나의 놀라 넘어진 마루에 꽂혀 누나의 허벅지에 맞혔더라면 큰 부상을 입었을 것이다. 잠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큰 잘못을 저질었음을 깨닫고 어쩔 줄 몰라 했던 기억이 있다. 군에 입대하여 보초 서라고 깨우는데 15분이나 일찍 깨우는 바람에 옷을 입고 잠깐 그대로 졸다가 시간이 지나는 바람에 호되게 기압을 받은 기억도 있다.

내 안에는 이렇듯 잠과 연관된 부정적인 스토리가 많다. 훗날 데이빗 A 씨맨즈가 쓴 `상한 감정의 치유`라는 책을 읽으면서 내 안에 감춰진 상처가 남아 있음을 발견했다. 잠은 나에게 건들면 폭발하는 `아킬레스 건`이였다.

그 후로 나는 평생 함께 잠자며 살아갈 아내에게 상처 받은 과정을 설명하고 잠을 깨울 땐 조심스럽게 깨울 것을 정중하게 부탁해 그 후로 잠 때문에 불화가 생겨나진 않게 됐다. 사람은 저마다 건드리면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 치명적인 아킬레스 건이 있다. 어떤 이는 외모, 가난, 학벌, 고향, 부모, 친정집, 성차별, 성추행 등.

북한에 군부 제2인자 현영철이 존엄하신 김정은이 연설하는 데 졸았다는 이유로 무자비한 대공포 사형을 당하고 시신은 화염방사기로 태워 졌다고 한다. 북한은 지금 무서운 공포정치로 불안한 자기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고속도로에서 100km 주행시 1초 깜빡 졸면 27.7m가 돌진한다. 도로 여기저기 `졸음운전이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합니다.` `졸음운전 목숨 건 도박입니다.` 끔찍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교통사고 사망자 30%(255명)가 졸음운전 때문이다. 설교할 때 조는 사람이 유별나게 눈에 들어온다. 얼마나 교회가 편하면 졸까 `졸더라도 교회는 나오라`는 목사님이 계시다는데 1주일 한번 나와 졸다가 가면 그 영혼은 무엇을 먹고 살아날까 난 그래서 깨우고 싶다. 엄마가 만든 밥상 앞에서 조는 자녀에게 어떻게든 밥을 먹이고 싶은 심정으로.

"졸면 죽는다!" 강단 위에 플래카드를 붙이고 싶다.

김용혁 노은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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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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