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선배 선생님들의 모든 행동이 위대해 보이고 퇴근할 땐 지도서를 한아름 끌어안고 와 내일 어떻게 가르칠까 펼쳐보다 잠이 들었다. 17년 후 선배 선생님이 너무 부럽다는 내게 "신규 교사일 때가 제일 좋은거야!"라는 말 뜻을 이해하게 되었고, 5년 단위로 온다는 교직 슬럼프도 겪고 이겨냈다. 처음 가르친 제자는 석사 과정에 들어가며 상장을 전해 오고 훌쩍 큰 모습으로 가끔 얼굴을 보여 준다. 열심히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고 있는 20대의 제자들 소식이 가끔 들리고, 안타까운 사고로 먼저 하늘 나라로 간 부회장의 슬픈 소식도 들었다. 그만둘까 하며 힘들어 하기도, 또 내게 천직이라고 감사하면서 교직은 이렇게 내 인생이 되었다.

만약 선생님들이 교직 경력 중에서 가장 큰 변화가 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모두들 뭐라고 대답하실까? 내게 가장 큰 변화는 바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힐링을 받는다는 점이다. 늘어가는 학교 업무, 새롭게 변화하는 기술에 힘들어하며 스스로 실망감과 자괴감을 느낀다. 또 아이 한 명 한 명과 눈 맞추고 손가락 걸고 약속했지만 자기 아이 혼냈다고 학부모 카톡방에서 나를 욕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속상한 마음에 한 시간을 울었다. 나는 이렇게 약하고 아프다.

하지만 17년만에 깨달은 명의는 내가 다시 작아지고 힘들어질 때 상처받은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약을 발라준다. 자기가 가장 아끼는 스티커를 하나 떼어 주고, 색종이로 접은 하트를 전해 주고, 종례 때 악수할 때 장난스럽게 손을 꼭 쥐고 놓지 않는 아이들. 우리 반 아이들의 눈빛과 웃음에서 나는 상처가 아물고 힐링 받으며 가슴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 나를 보고 배시시 웃는 아이들의 미소를 보며 나도 따라 미소를 짓고 오늘도 치료 받고 새 살이 돋는 걸 느낀다. 모두가 나를 치료해주는 명의인 이 아이들에게 작은 보답을 한다면 이 역시 나의 미소와 사랑이 아닐까 한다.

나는 오늘도 내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기 위해 명의를 만나러 가고, 나 역시 치유받은 그 힘으로 아이들에게 내 사랑과 미소, 정성을 나누어준다. 우리는 서로를 그렇게 보듬고 사랑하며 하루 하루 서로 치료해주며 살아간다.

김지영 대전 산서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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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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