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여당 교과서 국정화 주도 야당 대표 등 반대 국민이슈로 日우경화·역사왜곡 논란 비슷 정치 활용말고 사안 바로잡길 "

일본 우익과 전체주의자들의 시각에서 편찬된 후소샤(扶桑社), 지유샤(自由社), 이쿠호샤(育鵬社) 역사 왜곡 교과서들은 한국사의 주체성을 부정하고 한국침략과 식민지배의 정당성과 합리성을 앞세우는 등 일본에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사안이다. 반시대적이고 반역사적인 사관을 학생들에게 주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들 교과서는 이른바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계열의 출판사들이 펴낸 것으로 점차 채택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충남의 한 시민단체는 지난 97년부터 매년 일본 구마모토현을 방문한다. 이유는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일본의 역사 교과서를 채택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충남참여자치시민연대가 충남도와 자매결연 상태인 일본 구마모토현을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역사 왜곡 교과서 불채택 운동에는 일본의 양식 있는 시민사회단체들도 가세해 공조하는 등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나아가 충남과 구마모토의 양 단체는 백제사에서부터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유적 답사나 공동 세미나 등을 개최하면서 역사 바로 알기에 나서는 등 민간교류의 수범을 보이고 있다.

일본이 본격적으로 역사 교과서 왜곡에 나선 것은 93년 자민당 역사검토위원회가 생기고 97년 `일본의 앞날과 역사를 생각하는 젊은 국회의원 모임`이 결성되면서 부터다. 이 두 모임은 결국 새역모의 바탕이 됐고 현재 일본 우경화를 이끌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도 역사검토위 위원으로 참여했던 만큼 해마다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일본의 우경화와 역사 왜곡 등을 거론하는 까닭은 현재 우리 사회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과정과 논란이 흡사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4월 치러진 4·24 재보궐선거는 무게감 있는 정치인을 여의도로 불러냈는데 그중 한명이 바로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당선 즉시 새누리당의 구심점으로 떠올랐고, 그가 주도하는 이른바 `근현대사 연구교실`이 만들어졌는데 당시 이 모임에는 현역 의원만 100여명에 원외위원장 20여명이 참여해 당내 최대 모임이 됐다. 당연히 이 모임은 김 의원의 대권가도에 발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올 만큼 주목을 받았고 오늘날 국정화를 주도하는 바탕이 된 듯하다.

김 의원은 당시 모임 인사말을 통해 자랑스런 대한민국 역사를 지키기 위해 이렇게 모여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최소한의 애국심이라며 역사를 바로잡을 방안을 잘 연구해 `좌파와의 역사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같은 신념은 당의 대표가 되고 대선주자로 부각되는 과정에서 더욱 구체화되고 공고화되는 양상이다. 최근에 주체사상까지 거론하며 국정화를 통해 이념적 편향성과 왜곡을 바로잡겠다고 벼르고 있다.

현재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주도하는 것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지만 누가 뭐래도 핵심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이다. 역사교육에 관한 박 대통령의 어록은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과 자부심으로 집약되지만 근현대사의 질곡에 대한 외면 또는 에둘러가기도 예상된다.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과 김 대표 두 사람 모두 부친이 친일 혐의를 받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고 야당 대표는 이를 국정화 반대 공세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고려해 볼 때, 이번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현 정권으로서는 오랫동안 기획했고 작심했던 일로 여겨진다.

이제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교육부의 행정예고에 이어 해당 예산 집행을 시작하는 등 예정된 수순으로 진행되고 있다. 안그래도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 갈등이 심한 마당에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대립은 국론 분열만 부추길 뿐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편향을 바로잡는다고 해놓고 사안을 왜곡시켰을 때의 일이다. 보혁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될 역사교과서의 국정, 검정의 악순환도 가정할 수 있다. 정부 여당은 이웃나라 일본이 왜 우경화와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로 국제적 조롱과 손가락질을 받는지 그 이유와 교훈을 되새겼으면 한다.

김시헌 천안아산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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