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여덟 살을 나고 있는 아이를 키우며 부부교사인 아내와 나는 자녀교육에 조금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우선 아내는 글씨를 정성들여 쓰게 하고, 발달 단계에 맞는 학습 과제로 스스로 깨우칠 때까지 꾸준히 연습하는 바른 습관을 강조한다. 이에 비해 나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대화를 통해 호기심이나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는 자극을 주고자 노력한다.

나는 문득 교사 역할을 누구에게서, 어떻게 배웠는가 돌아보게 됐다. 아마도 나를 가르친 8할은 첫 부임학교가 아닐까 싶다. 여학교의 총각 선생님으로 매사에 조심스러웠을 때, 운동장에서 같이 공을 차며 여학생에게 장난치는 남선생님은 래포(Rapport)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도와주었고, 교과교육과정에 대한 의문이 느껴질 때, 1년간의 활동중심 교육과정을 조직하여 면밀히 검토하고 그에 맞는 자료를 모으던 선생님 앞에서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했다. 어느 가을 초엽. 산을 좋아하는 신원호 선생님을 따라 여러 선생님들과 민주지산으로 산행을 나섰다. 길라잡이로 생각했던 신 선생님은 수업과 교육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셨다. 선생은 계절마다 산에 다른 코스로 오른 후 우리를 안내하고 있었다. 심지어 동료들의 좋아하는 음식까지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나는 어떤 교사인가? 학생들에게 어떤 길라잡이인가? 나는 민주지산에서 뼈아픈 자기반성을 하면서 내려와야 했다. 그 뒤 나는 수업의 안내도 격인 교사용 지도서와 참고용 도서를 하나둘 멀리하기 시작했다. 내가 직접 오르지도 않은 산을 어떻게 안내할 수 있겠는가 싶은 생각 때문이었다. 대신 안내서 없이 작품을 깊이 읽고, 학생들을 좀더 주의 깊게 관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산에 오르는 길이, 물이 흐르는 길이 정해져 있지 않듯 교육과 수업, 사람들의 만남에도 정해진 길은 없다고 믿는다. 하지만 여러 길을 만들어보는 꾸준한 노력이라면 언젠가 나도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즐거운 산행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낙엽을 밟을 때 나는 소리가, 숨 쉴 때마다 느껴지는 선선한 공기가, 먼 곳까지 눈에 한가득 들어오는 청명한 하늘이 산에 오르기 참 좋은 날들이다.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가까운 산에 다녀와야겠다.

조준연 충남외국어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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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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