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수 기자가 찾은 맛집 33 대전 오정동 놀부네설렁탕-양곰탕

한 때 우윳빛처럼 뽀얗게 우러난 국물이 제대로 된 설렁탕과 곰탕이라고 여겼던 적이 있다. 집에서 아무리 오래 끓여도 그런 뿌연 국물이 우러나지 않는데 유명하다는 설렁탕·곰탕 전문점에 가서 먹으면 어찌도 그리 뽀얗고 감칠맛이 돌던지. 그러다가 일부 설렁탕, 곰탕 전문점들의 뽀얀 국물의 실체가 순수한 뼈 육수가 아닌 우유, 커피크리머, 달걀흰자 등이 첨가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설렁탕과 곰탕을 점점 멀리하게 됐다.

날씨가 쌀쌀해지니 뜨끈한 국물이 생각났다. 사골만으로 육수를 낸 제대로 된 곰탕집이 어디 있나 찾다가 대덕구 오정동 화정초등학교 앞에 자리한 놀부네설렁탕(대표 정문천)을 발견했다. 일반적으로 설렁탕이나 곰탕은 사골, 잡뼈, 머리뼈, 양지머리 등 고기와 부속물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이 집은 오로지 사골만으로 맛을 낸다. 그래서 국물이 바특하지 않고 맛도 깔끔하다. 뿌옇게 우러난 감칠맛 나는 탕 맛을 좋아하는 식객이라면 이 집 곰탕의 맛이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연신 국물을 입에 떠넣으면 맛이 깔끔하면서도 깊고, 속이 편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고명으로 나오는 한우 양의 쫄깃함과 고소함도 다른 집에서 맛본 양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맛이다.

고기나 다른 부위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사골만으로 육수를 만드는 이유를 물었다. 주인장은 25년째 설렁탕, 곰탕 집을 하면서 이 것도 넣어보고, 저 것도 넣어보면서 수 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사골만으로 우려냈을 때 깊이 있고, 깔끔한 육수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집은 호주산 질 좋은 사골만을 사용한다. 깨끗하게 세척한 뒤 아무 것도 넣지 않고 맹물에 10시간동안 푹 곤다. 쇠고기의 누린내를 잡기 위한 생강, 마늘, 양파 등을 넣지 않는 이유는 사골 자체의 맛만을 내기 위해서란다. 은근한 불에 10시간동안 푹 삶으면 투명한 우윳빛의 육수가 탄생한다. 고명으로 넣는 양은 한우만 고집한다. 소의 위에 해당하는 양은 이물질이 많은 게 흠이다. 굵은소금과 밀가루로 박박 문질러 이물질을 제거한 뒤 찬물에 7-8번 씻는 과정을 거쳐 양 특유의 역한 냄새를 뺀다. 냄새를 빼기 위한 향신료를 넣지 않고 양만 푹 삶는다. 거친 양 껍질도 벗겨내지 않는다. 그래야만 양 특유의 맛이 나기 때문이다. 양을 수북히 넣고 사골국물을 부은 뒤 팔팔 끓여 손님상에 낼 때 송송 썬 파를 올리는 게 전부다.

△주소:대전시 대덕구 한밭대로 1006번길 62(오정동 92-18) △전화번호:042(672)1463 △메뉴:설렁탕 6000원, 양곰탕 7000원, 수육 2만원 △영업시간:오전8시-오후10시(연중무휴) △주차:전용주차장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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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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