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린 고양이 주둥이·시체 밥그릇 위에 올려놓기도 유사 증오범죄 발생 불안

대전 유성구에서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캣맘'으로 활동하고 있는 홍희정(40)씨는 최근 경기도 용인에서 발생한 캣맘 사망사건 이후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홍씨는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길고양이들의 밥터와 보금자리를 만들어 길고양이들을 보살피고 있는데 최근 들어 끔찍한 일들이 자주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홍 씨는 "용인 캣맘 사망사고 이후 반듯하게 잘린 쥐의 꼬리, 갓 태어난 새끼 고양이의 시체 등을 누군가 길고양이 밥그릇 위에 올려 놓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고양이의 주둥이를 잘라서 그릇에 올려놓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양이 밥그릇을 숨기거나 보금자리를 부수는 정도였던 길고양이들에 대한 반감이 캣맘 사건 이후 길고양이에 대한 무차별적이고, 극단적인 폭력으로 변모하고 있다"면서 "용인 캣맘 사건처럼 아직까지 직접적인 위해를 당해보지는 않았지만 언제든지 나한테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잠이 안온다"고 덧붙였다.

현재 인터넷 포털과 게시판에는 '캣맘 괴롭히는 법'이라는 다수의 게시물이 검색된다. 게시물은 고양이들이 먹을 수 없는 닭뼈를 잘라 음식에 섞거나 쥐약을 넣으라고 하는 답변, 참치캔의 기름 대신 부동액을 넣으라고 하는 답변 등이 달려있다. 고양이에게 직접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 캣맘들이 더 이상 먹이를 주는 행동을 할 수 없도록 하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길고양이의 폭발적인 증가로 소음이나 거리 오염 등의 스트레스 유발 요인이 많아졌고, 이때문에 길고양이 뿐만 아닌 캣맘들에 대한 적개심 역시 높아졌다고 분석한다. 고양이에 대한 혐오가 도를 넘어 이를 보호하는 사람을 스트레스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대전의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특정 동물에 대한 혐오감이 지나치면 이를 보호하는 사람들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경향이 있다"며 "용인 캣맘 사건처럼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소지가 큰 만큼 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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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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