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위해 희생했던 기성세대 젊은사람에게도 그대로 강요 취업 전선에만 내몰린 사회 최소한의 물질적 여유 필요

영화 `국제시장`은 우리 근현대사를 헤쳐 온 아버지들의 삶을 잘 담아냈고, 또 거기에서 공감을 얻으며 근현대사를 한 눈에 보여주는 역사읽기로 관객동원에 성공했다고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는 것인데 필자는 이 영화가 정말 유감스럽다. 오늘은 그 유감스러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영화는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을 배경으로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한 가장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가장의 모습을 보자면, `우리 아버지들은 저렇게 사셨구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안타까움이 그보다 앞선다. `꼭 저렇게 살아야 했나` 하는 생각이 가득하다, `저렇게 살 수밖에 없는 사회였나` 하는 생각이 들며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가장이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 영화의 한 켠에서 잠깐 지나가는 `나는 선장이 되고 싶었다`는 개인적 꿈에 대한 언급은 어느 순간 가족과 사회를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것은 숭고하다는 식으로 변질되고 만다. 가족을 위한 희생이 삶의 충족을 가져다 준 것처럼 미화하는 과정은 사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전체를 위해 개인적으로 희생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잔여 의식을 보여주는 것 같다. 또 사회적 다수 아래 개인적 소수는 언제 어떻게 묻혀버려도 정당한 것이라고 하는 듯한 억지도 보인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런 사회 질곡 속에 희생당한 개인이라도 끊임없이 노력만 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준다는 점이다. 영화가 의도하고 하지 않음에 상관없이, 영화는 그런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다. 거기에 오버랩 되는 생각 하나. 우리가 우리 사회의 요즘 젊은이들에 수없이 되뇌어 하는 2002년 월드컵 구호 같은 말이다.

"노력해라, 열심히 살아라, 그러면 꿈은 이루어진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에게 기대어 볼 꿈이라도 있을까. 요즘 젊은이들에게 단 하나의 꿈은 취업이다. 취업 외에는 하나도 머리 속에 들어있는 게 없다. 요즘 젊은이들한테 물어보면 이렇게 답한다.

"장래에 무엇을 하고 싶냐고요? 취업이요"

"취업 같은 것 말고 진짜로 하고 싶은 것 말이다" "돈 버는 것요"

대학입학생이 되면 첫 번째 꾸는 꿈은 `무엇이 되고 싶다`가 아니라 `돈 많이 주는 잘나가는 직장에 취업하고 싶다`가 된다. 꿈은 거기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취업고민 밖에 없는 젊은이들에게 기성세대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취업하지 못하는 것은 아직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열심히 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니다. 청년들이 열심히 살지 않아서 취업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청년들이 좀더 못한 직장을 선택하지 않아서 취업 못하는 것이 아니다. 청년들이 꿈이 없어서 열심히 살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어른들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주지 않았기 때문에 청년들이 방황하는 것이다.

할아버지 세대, 그리고 아버지 세대들이 어쩔 수 없이 버텨내야 했던 삶을 청년들에게 그대로 강요하고, 그런 삶을 사는 것이 정당하다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의 미래는 청년에게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결코 그러한 강요를 해서는 안 된다. 할아버지가 선택하지 못했던, 아버지가 선택하지 못했던 삶을 손자에게 아들에게 주기 위해서 그 세대가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닌가. 그런 잔인한 선택을 아들에게 손자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최근 이재명 성남시장이 청년배당제를 이야기하고, 서울시도 저소득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배당제를 검토하는 모양이다. 포퓰리즘이라는 비난도 적지 않지만 필자는 대단히 긍정적인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청년의 고통, 꿈도 제대로 꾸어보지 못하고 취업전선에 내몰린 청년들의 억눌린 현실에서 오는 고통을 사회적으로도 분담하고 공유하겠다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꿈을 꿀 최소한의 물질적 여유를 제공하겠다는 생각만으로도 아름답다. 숨 돌릴 여가가 있어야 꿈도 꾸는 법이니까. 대전시도 그런 얘기를 고려라도 해봤으면 좋겠다.

석길암 금강대 인문한국연구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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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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