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정 대전 새일초 교사

"김 선생님, 6학년 처음 맡아보지요? 표정관리 잘 하고 6학년은 예전의 초딩이 아니야. 마음 단단히 먹어요!"

새로운 설렘으로 가득할 3월! 그러나 6학년을 맡은 내 모습은 마치 전투를 앞둔 장군마냥 긴장감이 가득했다. 기 싸움에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일념하에 엄숙한 선생님 되기 전략은 이렇게 시작됐고, 애석하게도 얼마지나지 않아 수업 중 황망한 아이들의 표정과 무기력함은 오히려 기(氣)가 없는 교실처럼 보였다. 더불어 매일 늘어나는 잔소리와 그로 인해 벌어지는 미묘한 갈등은 나의 심신도 지치게 까지 했다.

이렇게 매일 학급에 대한 고뇌로 괴로워할 때 즈음, 마침 한 아이의 일기가 눈에 띄었다. `선생님이 많이 웃었으면 좋겠다. 1학년한테는 잘 웃어주셨는데, 우리도 1학년 되고 싶다! 옛날에는 친구들하고 게임도 많이 했는데 아직 못 친해진 것도 좀 아쉽다` 순간, 가슴속 깊은 곳부터 끓어오르는 이 부끄러움을 어찌할까! 아이들은 온화한 선생님을 원했고, 친구들과 함께 할 소중한 시간을 바란다는 것을 왜 그토록 간과했었던 걸까. 아이의 눈은 나의 문제를 실로 정확히 짚어냈다. 인성을 그토록 강요하면서도 어울릴 기회를 자주 주지 못했고, 쪼르르 안겨오는 아이들을 거부하며 날이 선 선생님을 보고 얼마나 속상했을지. 꿀맛 같은 자유 시간, 승패 상관없이 웃으며 겨루는 피구, 친구와 함께 푸는 수학문제, 소통하는 선생님. 아이들이 바라는 건 이처럼 결코 큰 것이 아닐 텐데 말이다.

다행히 각고의 시행착오 끝에 반년이 지난 지금, 평균은 좀 낮아도 누구보다 더 신나고 친구를 가족이라 여기며 매일 한 시간씩 발야구를 하는 덕에 우리 반은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선생님을 기쁘게 해준다며 꽃받침을 하고서 내 책상을 둘러싸고 서로를 칭찬하는 센스까지 발휘하니 마음을 열어준 아이들이 고맙고 녀석들을 보는 내 마음도 얼마나 편한지…

아이들은 교사에게서 지식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교사의 눈빛, 말투, 학생을 대하는 방식, 맞닥뜨린 상황을 처리해 가는 모든 행위와 성품에 영향을 받고 온화함속에 스스로의 안정도 되찾을지 모른다. 가족 같은 교실, 함께 어울리며 오늘도 또 하나의 추억을 쌓는 교실. 아이들이 바라는 행복은 이런 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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