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은 아는 멋집 - 32 대전 중구 선화동 일루와(ILLUWA)

카페 일루와의 마스코트 `누리와 초코`  김예지 기자
카페 일루와의 마스코트 `누리와 초코` 김예지 기자
대전 중구 선화동의 대종로 네거리. 특별할 것 없는 도로 위, 수많은 차들 사이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며 무심코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네거리의 한 귀퉁이, 칙칙한 상가건물과 아파트만 즐비한 그곳에 눈부신 `초록`이 있었다. 마치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과자의 집을 발견한 것 같은 호기심에 "다음 번에 꼭…"을 기약하며 지나쳤던 기억이 난다.

무릎 높이의 초록 식물을 담장 삼은 작은 정원을 지나 카페 일루와(ILLUWA)에 들어서면 정원과 제법 잘 어울리는 목조 건물이 방문객을 반긴다. 삐그덕 소리가 정겨운 바닥과 정원을 향해 열려 있는 문, 오래된 피아노, 심플한 사각 테이블까지 특별할 것 없는 내부 인테리어가 사뭇 특별해 보이는 건 모두 목재로 만들어졌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카페 분위기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두 마리의 마스코트, `누리`와 `초코`가 그곳에 있다. 누리와 초코는 잘 훈련된 레브라도 리트리버답게 처음 보는 방문객이 와도 호들갑을 떠는 법이 없다. 볕이 좋을 땐 누가 부르나마나 한가롭게 정원을 거니는 일루와의 터줏대감들이랄까. 누리와 초코는 일루와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주는 장본인들이다.

회사원 생활을 하며 10년 전부터 카페를 구상했다는 전우석(40) 대표는 빌딩과 도로만이 가득한 도심의 삭막한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어 카페 일루와를 지었다. 멋스러운 인테리어를 적용한 것은 아니지만 소박한 모양의 2층 목조건물을 짓고 건물 앞쪽으로 넝쿨식물 등을 심어 정원을 만들었다. 올해 1월 문을 열 때만 해도 30㎡(9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 커피 만들 공간만 있는 테이크아웃(take-out) 매장이었지만 점차 공간을 넓혀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인테리어라고 해봤자 특별한 것은 없지만 하나씩 하나씩 바꿔가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입니다. 쉽게 증축이 가능해서 목조건물로 지은 것인데 기둥도 군데군데 페인트가 덜 칠해져 있고 아직 간판도 없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짓는 것보다 하나씩 바꿔가면서 자주오는 손님들도 새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서죠. 일요일마다 문을 닫는데 날씨가 좋을 때는 가게에 나와 하나하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고 있습니다."

커피는 전 대표가 직접 볶아서 내리는 더치커피를 판매한다. 1잔에 3000원. 원두 가격과 전 대표가 쏟는 시간을 고려하면 제법 저렴한 가격이다. 커피 내리는 실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현재는 대전 밖에서도 더치커피 주문이 들어온다.

"7년 전 더치커피를 처음 접해보고 매료돼 더치커피를 주요 콘셉트로 잡았습니다. 특별하게 커피 공부를 한 것은 아니지만 여기저기 많이 마시러 다니고 직접 원두를 볶아 내려보고 하면서 실력이 늘었죠. 카페를 하는 지금은 좋은 커피를 저렴하게 팔자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볶은 원두 가격에 맞먹는 비싼 생두를 들여와 직접 볶아서 내립니다."

사실 일루와는 간판이 없는 덕분(?)에 `이름없는 돈가스` 집으로 먼저 유명세를 탔다. 그 유명세에는 남자 1명이 겨우 다 먹을 수 있는 큼직하고 두툼한 돈가스가 한 몫 했다. 1인분에 180-200g의 돼지 생고기만 사용하는 데 좋은 고기가 없을 때는 아예 돈가스를 판매하지 않는단다. 고기는 우유에 한번, 11가지 허브를 사용해 한번, 이틀간 숙성시킨다. 취향에 따라 커피 대신 마실 수 있는 병맥주와 가벼운 술안주도 판매한다. 안주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누구든지 자유롭게 시켜먹을 수 있도록 인근 배달음식업체들의 연락처까지 구비해놨다.

"오전 10시에 문을 열어서 마지막 손님이 나갈 때까지 문을 엽니다. 제일 늦게까지 열어본 게 새벽 3시였어요. 간혹 지인들과 모여서 가든파티를 하기도 합니다. 그 때 손님이 오면 가든파티 음식을 같이 나눠먹는 거죠. 일루와가 누군가의 아지트 같은 분위기가 됐으면 합니다."

계절이 바뀌면 카페 일루와의 모습도 변화한다. 정원의 푸르름은 옅어지겠지만 정원으로 활짝 열린 문을 닫고 화목난로를 피우면 카페 내부의 운치는 더욱 깊어질 것이 분명하다. 언젠가는 목조건물 전체를 덩쿨식물로 덮을 계획이라는 전 대표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눈을 감아본다. 도심 속에서 지금보다 더 푸르름을 뿜어낼 일루와를 상상하며.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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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정원으로 조성된 카페 일루와의 전경  사진=일루와 제공
도심 속 정원으로 조성된 카페 일루와의 전경 사진=일루와 제공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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