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이글스 시즌 결산 上 '마리한화' 열풍… 대전을 흔들다

한화이글스가 리그 단독 6위로 이번 시즌을 마무리했다.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지만 `만년 꼴찌`이미지에서 탈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성적이다. `5886899` 전화번호를 연상시키는 7자리 숫자는 지난 시즌까지 최근 7년간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던 한화의 순위를 뜻한다. 이처럼 길어진 부진에서 탈출하기 위해 지난 시즌 종료 이후 `야신` 김성근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영입하며 `재도약`을 노렸다.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김 감독은 지난 겨울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하며 이번 시즌을 준비했고, 전반기 내내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중독성 강한 명승부를 펼치며 `마리한화`라는 별칭을 얻었다. 하지만 후반기 찾아온 주전 선수들의 부상과 체력 저하는 성적 하락으로 이어졌고, `혹사` 논란 역시 끊이지 않았다.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화이글스의 이번 시즌을 각 부문별로 정리해보자.

지난 6일 광주에서 열린 KIA와 LG의 시즌 최종전을 끝으로 프로야구 정규 시즌이 모두 막을 내렸다. 이 경기에서 KIA가 패하며 마지막까지 물음표로 남아있던 한화이글스의 시즌 최종 순위도 결정됐다. 한화의 성적은 단독 6위. 지난 3일 KT와의 경기 이후 68승 76패 승률 0.472로 시즌을 마무리했던 한화는 당초 6위였던 KIA가 내리 4연패를 기록하며 1경기 앞선 6위에 올랐다. 하지만 시즌 막판까지 이어진 치열한 `5위 경쟁`은 결국 SK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한화와 사령탑인 김성근 감독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는 결과다. 한화는 44승 40패 승률 0.524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쳤기 때문.당시 한화의 순위는 5위로 하위권 팀과의 승차도 꽤 벌어져 있어 이대로 버티면 가을야구 진출도 가능해보였다. 하지만 기대 속에 맞이했던 후반기 동안 한화는 24승 36패를 거두는데 그치며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그렇다고 이번 시즌 한화 선수단이 보인 투혼이 전혀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포스트시즌 진출은 좌절됐지만 1년 사이 달리진 한화의 경기력에 대전의 야구팬들은 열광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야구를 펼친 한화에 팬들은 `마리한화`라는 별명을 붙여줬고, 메르스 여파에도 불구하고 전반기에만 15차례 매진을 기록하며 역대 최다 매진 기록을 갈아치웠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장소를 불문하고 야구 중계를 지켜보는 팬들이 늘어났고, 결정적인 득점 순간에는 2002년 월드컵 당시를 연상시키는 환호성 소리가 충청권 전역에서 울려 퍼졌다.

9월 이후 힘이 빠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한화는 순식간에 8위까지 추락했지만 팬들의 응원은 계속됐다. 그 결과 한화는 이번 시즌 21차례 매진을 기록하며 구단 최다 홈 매진 기록을 갈아 치웠다. 또한 시즌 누적 관중 65만 7385명을 기록하며 지난해 47만 5126명 대비 40% 가까이 증가한 관중 동원에 성공했다.

팬들의 뜨거운 열기는 원정경기 관중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화는 이번 시즌 전체 구단 중 가장 많은 14차례 원정경기 매진을 기록했고, 원정관중 수에서도 99만 7528명의 관중을 동원 10개 구단 중 1위에 올랐다. 이처럼 한결같은 팬들의 응원은 한화가 시즌 막판까지 `가을 야구`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최종 순위 6위는 목표였던 `가을 야구`의 문턱을 끝내 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운 결과이다. 하지만 만년 꼴찌 이미지를 벗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야구로 팬들을 열광시켰다는 점에서 이번 시즌 한화의 야구는 실패하지 않았다. 오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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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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