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주 미술평론가
유현주 미술평론가
지난 9월, 예술(art)과 과학(science)이 만나 새로운 장르의 예술을 꿈꾸는 제 5회 `아티언스 대전`이 가을 축제와도 같이 화려하게 문을 열었다. 우선 `아티언스 오픈랩`이란 전시제목이 흥미로웠다.

지난 2014년부터 `실험실`의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는 `랩`이란 명칭을 사용한 것은, 이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UST, 카이스트CT대학원과 협업하여 초학제적 융합예술을 추구하는 아티언스의 목적을 잘 드러낸다. 전시는 흥미로운 주제이면서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업들로 채워져 있었다. 증강현실, 식물과 인간의 시간적 차이, 동물과 기계의 역학구조 연구, 카메라와 인간의 눈을 대비시켜 풍경을 관찰, 과학자 예술가 일반인 각각의 뇌에서 반응하는 시각이미지, 시원함의 `표준`을 묻는 것 즉 지각의 공통성을 다룬 작업, 태양에너지에 대한 숨겨진 비밀을 찾는 상상적 작업 등.

그러나 전시를 보는 내내 아쉬움이 들었던 것은, 여전히 과학에 대한 부담감, 즉 과학에 대한 정보나 지식을 `노출`시켜야 할 것 같은 일종의 강박관념이 전시장에 흐른다는 사실이다.

과학이 동반된 전시라고는 하지만 반드시 과학적 도구를 드러내야 하는가? 예술작품 내부에 녹여져 있으면 충분한 것이 아닌가. 사실 동시대예술에서 이만큼 어려운 예술은 보기 힘들다. 일반적인 미디어아트와 달리 `과학` 자체가 예술의 주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과학의 도구들을 `전시`하는 것으로 비춰질 우려는 피해야 할 것이다. 고작 6개월 정도의 협업을 통해 완벽한 융합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다. 참여한 14인의 작가들이 얼마나 고심했을지는 상상이 가지만, 작업의 완성도 이전에, 작품의 주제에 대한 고민이 더 철저했으면 한다. 그런 점에서 사전에 인문학적 리서치나 비평이 동반될 필요가 있다.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미디어아트 축제인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서 수상한 작품들이 세계와 인간을 생각하는 철학적 이슈들임을 되새기는 이유이다. 이번 전시의 장점은 대중에게 전시를 노출시키는 방식이다. 대중과 무관하게 진행된 행사성이 아닌, 전시가이드에도 신경을 쓰며 대중과의 관계에 공을 들인 점은 앞으로의 전시방식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유현주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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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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