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소설가가 꿈이다. 어두운 집 한 칸에서 그는 밤새 글쓰기에 몰두하는 모양이었다. 그 순간 내가 국어선생님이라는 사실에 감사했다. 난 신분을 앞세워 아이의 소설을 치켜세웠다. 쑥스럽게 웃는 아이에게 뒷이야기를 학교에서 읽고 싶다고 말했다. 자기 소설의 독자가 생겼다는 기쁨 때문인지 녀석은 학교에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조회에 들어가기 전 이른 아침부터 교무실을 찾아 전날 쓴 소설을 나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이의 기쁨이었다. 이윽고 아이는 웃음을 찾기 시작했다. 동시에 글 쓰는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아이를 보는 보람은 무엇보다 값진 것이었다.
그런데 녀석에게 얻은 값진 것은 그뿐 아니다. 최근 한 학생의 집이 화재로 전소됐다. 학교에서 학생을 돕기 위한 성금을 모았고 많은 학생들이 성금 모으기에 참여한 가운데 그 녀석이 나를 조용히 찾았다. 자신도 어려운 형편이라 장학금으로 학교를 다니면서 거금 5만원을 내 손에 쥐어주며 피해 학생을 돕고 싶다는 것이다. 돈을 다시 돌려주려 했으나 오히려 녀석은 더 많은 성금을 내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세상을 차갑게만 느꼈을 녀석이 지닌 따뜻한 마음씨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난 새내기교사다. 업무부터 학생지도까지 앎보다는 모름이 많아 좌충우돌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려 교단에 섰지만 6개월 동안 내가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러기에 학교는 교사인 나에게도 훌륭한 배움터이다.
김준휘 청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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