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비중 약화 불가피, 대학별 고사 등 대체평가 관심

교육부가 `2018학년도 수능 영어 절대평가 점수체계`를 9등급제 고정 분할 방식으로 결정하면서 고교 1학년 이하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사용하는 9등급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최대 장점으로 꼽으면서도 수능 난이도 조절에 실패할 경우 안정적이고 일관된 등급 산출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국어나 수학, 탐구가 현재의 등급제와 현재의 난이도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이들 과목의 등급이 대학입시의 변별력을 가지게 돼 이들 과목을 중심으로 한 사교육 쏠림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영어 절대평가 9등급 고정 분할 방식의 장단점을 짚어봤다.

◇절대평가 9등급 점수체계는?

현행 9등급제가 유지되므로 현재의 대입 제도에 별 어려움 없이 적용이 가능하다. 기존에 논의됐던 5등급제 보다는 변별력 확보에 유리하다. 현재의 `상대평가 9등급제`보다 학생들 사이의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고, 더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한 사교육이나 점수 경쟁을 줄이는 효과도 예상된다.

2017학년도까지의 수능 영어영역의 평가는 상대평가 9등급제이다. 상위 4%까지 1등급, 11%까지 2등급, 23%까지 3등급 등 시험문제의 난이도나 개인의 성취도와 관계없이 응시생 중 개인의 상대석차를 가리는 방식이다. 반면 절대평가 9등급제는 상대석차방식을 성취도기준의 등급으로 전환해 기존의 등급과 매우 달라진 결과를 낼 전망이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극단적으로 상대평가 방식의 3등급의 일부도 1등급을 받을 수 있다"며 "전체 수험생의 절반 가까이가 3등급 이내가 돼 영어영역의 변별력이 크게 낮아지게 된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어영역의 채점결과를 9등급제 절대평가로 변환해보면 기존 1-2등급자의 비율이 상위 11%에서 32.2%까지 상승한다. 3명 중 한 명은 1등급 또는 2등급을 받게 되는 셈이다. 또 1등급 커트라인이 원점수 100점이었던 2016학년도와 비교해 9월 모의평가 영어영역의 채점결과를 9등급제 절대평가로 변환해보면 기존 1등급자의 비율이 상위 4%에서 23.3%까지 상승해 3등급까지 1등급을 받게 된다. 40%를 웃도는 수험생이 2등급을 받게 돼 영어영역의 변별력이 크게 낮아지게 된다.

◇고정 분할점수 체계의 장단점

고정 분할점수 방식은 사전에 분할 점수를 미리 정한 후 그에 맞추어 출제하는 방식이다. 100점 만점에 90, 80, 70, 60점을 분할 점수로 미리 정하고 등급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현재 예고된 한국사나 중·고등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성취평가제 등이 그 예다. 분할 점수가 미리 정해져 있으므로 수험생들이 본인의 성취수준을 예측하기가 쉽고, 학부모들도 이해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분할점수 산출에 시간과 비용이 따로 들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이다. 반면 미리 정한 점수에 맞춰 출제가 이뤄져야하므로 출제진의 부담이 커진다. 수능 영어영역의 전반적인 난이도가 일관되게 유지되지 않으면 고정된 분할점수가 해마다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난이도 조정에 실패하면 등급별 학생비율이 해마다 요동칠 소지가 크다.

◇대학들의 반응과 전망

영어 변별력이 낮아지면서 수능 영어를 대체할 평가도구를 찾으려는 대학들의 움직임이 예상된다. 별도의 영어 시험을 보거나 논술고사에 영어 지문을 출제하는 방식이다. 또 영어 심층면접을 확대하고, 영어 특기자 전형을 부활해 내신 영어의 가중치를 줄 수도 있다.

절대평가가 수시에 최저요건으로 활용되지만 정시에서는 동점자를 양산할 수 있어 앞으로 영어 관련 `대학별 고사`의 확대 움직임이 학생과 학부모들의 주된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수시에서도 상위등급자가 많아질 것이므로 일부 대학들은 최저학력 기준을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대학들이 절대평가 체제 이후 수능 영어를 입시전형에 반영하는 방식은 3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절대평가 등급에 대학이 자체 점수를 부여해 다른 영역과 함께 총점에 합산하는 방식이 있고, 둘째는 총점 합산 점수에는 넣지 않고 절대평가 등급을 근거로 일정 점수를 감점하는 방식(현행 서울대 제2외국어 반영방식)이다. 셋째는 최저 등급기준으로만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중 정시는 첫째 방식을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절대평가의 취지를 반영하면서도 절대평가 도입에 따른 충격을 완화시킬 것으로 분석된다.

◇절대평가로 인한 교육 시장 여파

영어 사교육 시장의 변화는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일부 내신 대비 사교육을 제외한 고등부 영어 사교육 시장은 위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 영어는 중학교에서 끝내고,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수학에 집중하려는 학부모들의 생각으로 중학교 영어 시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영어를 포기했거나 중간 정도의 수험생들이 영어교육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도 있다.

전반적인 영어 영역의 변별력이 사라지면서 다른 영역의 사교육이 증가되는 `풍선 효과`도 예측된다. 이종서 이투스청솔교육평가연구소장은 "영어의 변별력이 줄어들면 다른 영역의 영향력이 높아질 수 밖에 없고, 수학과 탐구 영역의 영향력이 더욱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영어가 대입 전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화되면서 교육과정 편성이 자유로운 일부 고교들은 영어 교육과정을 크게 줄이고, 수학이나 국어 시간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

다만, 영어 절대평가가 특목고나 자사고에 대한 학생들의 선호 현상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전망이다. 외국어고도 학생들이 영어를 잘하기 위해 진학하는 게 아니라 대입 비교과 준비의 수월성, 우수한 교육환경 및 교육과정, 비슷한 학생들 간의 선의의 경쟁, 우수한 학생들 간에 이뤄지는 상호 협동 등에 방점을 둔 진학 추세인 만큼 인기 하락은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김훈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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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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