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방경찰청은 지난달 23일 주목할 만한 보도자료를 냈다. 입직한 지 얼마 안 된 신입 여순경이 공소시효 만료를 6개월 앞둔 40대 남성 지명수배범을 검거했다는 내용이었다. 여순경이 택배 기사로 가장해 지명수배범을 집 밖으로 유인한 뒤 붙잡았다는 내용도 곁들였다. 당연히 신문 방송의 주요뉴스로 보도됐고, 여순경은 방송 매체들과 인터뷰도 했다. 그런데 이게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작 지명수배범을 검거한 당사자는 두 명의 남성 경찰관이었고, 이 여순경은 현장과는 좀 떨어진 곳에서 그저 대기했다는 것이다. 사실과 다른 보도자료가 배포된 배경에는 청원경찰서 율량지구대의 조작이 있었다는 게 충북경찰청의 설명이다. 신참 여순경을 영웅으로 만듦으로써 전국적인 주목을 받으려 했다고 한다. 문제의 이 지구대 팀장은 "후배들을 챙겨주려는 마음에서 그랬다"고 했다는데, 경찰청장 혹은 장관 표창이라도 받으면 나중에 승진심사에서 유리한 위치에 오르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다. 또는 점차 비중이 커져가는 여성 경찰관들이 흉악범들을 완력·물리력으로 제압하고 검거할 수 있을까 하는 시민들의 의구심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도 있었을 듯하다.

하지만 이게 조작이었다는 취재진의 후속보도를 접하는 순간, 시민들은 사법기관인 경찰이 사기에 가까운 짓을 했다는 의구심을 품게 되고도 남는다. 수배범은 붙잡았고, 경찰의 조작으로 구체적인 피해를 입은 사람은 없으니 물론 범죄로 성립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제 이상의 부풀려진 홍보 효과를 위한 속임수를 쓴 결과는 경찰에 대한 신뢰도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하고도 남는다. 우리나라 경찰은 지방자치단체 소속이 아닌 국립 경찰이기 때문에 어느 한 곳에서 경찰이 한 실수는 전국적, 일반적 현상으로 오도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국민적 요구와 경찰 스스로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이제 우리나라 경찰은 많이 투명해지고 공정해졌다. 친절도만 따져도 세계 어느 나라 경찰보다 친절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런 식의 속임수는 눈에 띄게 개선된 경찰의 이미지에 커다란 흠집을 내버리는 잘못된 결과만을 낳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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