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효율성·공약적 측면 고려 과천청사 잔류 주장과 비교 우위 대통령 충청민 표심 잃지 말아야

십여 일 전인 9월 23일에 개최된 국민안전처,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 그리고 정부청사관리사무소의 세종시 이전에 관한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여했다. 일반적으로 공청회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대해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는 마지막 단계로 정부가 제안한 정책에 대해 찬성과 반대 양쪽의 의견을 듣는 자리다.

공청회에서는 정부가 고시한 정책이 타당한 지에 대한 찬반의견이 개진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날의 공청회는 정부가 고시한 4개 기관의 이전보다는 이번 이전고시에서 빠진 미래부가 공청회의 열띤 토론 주제가 됐다. 공청회장의 일반청중들도 미래부의 이전 고시를 재촉하는 세종시민과 미래부 이전을 반대하는 과천시민들로 양분돼 있었다.

두 명의 토론자가 공시된 4개 기관의 이전에 대해 토론한 다음 필자의 발표순서가 되었을 때 필자는 4개 기관의 이전은 당연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간단히 말한 다음 대부분의 시간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관점에서 미래부의 조속한 이전고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첫째 미래부는 신설부처가 아니라 2005년 이전부처로 법에 명시되어 있는 부처다. 미래부의 전신인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는 2005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에 이전고시됐고,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로 통합될 때도 이전 대상기관으로 변경고시됐다. 둘째, 미래부의 세종시 이전은 업무의 효율성 측면에서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미래부의 업무인 미래 성장산업 발굴, 육성 및 연구개발과 관련된 과학기술관련 국가연구기관은 1970년대부터 세종시와 불과 10㎞ 이내인 대덕특구에 자리 잡고 있고,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도 중추기능이 세종시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셋째,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공약으로"세종시 정상건설과 원안플러스 알파"를 내세워 충청권 유권자의 지지를 받아 당선되었기 때문에 박대통령은 미래부 이전과 세종시 성공건설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확고하게 표명할 필요가 있다.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는 미래부 이전에 관한 논의는 공청회 안건이 아니기 때문에 4개 기관의 이전에 토론을 제한하자는 발표도 있었지만 미래부 이전에 관한 내용이 공청회의 주요한 논의가 됐다. 마지막에 청중의 의견을 듣는 순서에서는 미래부 이전을 조속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세종시민과 미래부는 과천에 잔류해야 한다는 과천시민들이 격앙된 말까지 하면서 분위기가 과열됐다.

과천시민들의 분노는 충분히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과천에 있던 정부기관들이 대부분 세종시로 내려가 상권과 부동산 가격이 침체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미래부를 과천에 잔류시켜 그나마 위안이 되었는데, 이마저도 세종시로 가면 생존을 위협받기 때문이다. 과천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미래부가 내려가도 좋은데 대책과 지원을 해달라는 하소연이었다.

필자는 미래부가 궁극적으로는 세종시로 내려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현대사에서 중요한 정책의 이행에 가장 중요한 결정인자는 법보다는 대통령의 뜻과 정치적 상황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고 부족하면 플러스 알파로 잘되게 해야지 약속을 어기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내년에는 총선이 있고, 후년에는 대통령선거가 예정돼 있다. 미래부 이전을 법대로 이행하지 않을 때 충청민의 표심을 잃는 쪽은 정부여당과 야당 가운데 정부여당이다. 법을 어기면서까지 미래부를 과천에 잔류시킬 때 내년 총선에서 과천에서 얻는 의석수 보다 충청도에서 잃는 의석수가 훨씬 많을 것이다. 2018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과거 선거에서도 충청권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었는데 인구가 호남을 추월한 현 상황에서 충청권의 표심을 얻지 못하고는 정권을 창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박대통령의 공약과 향후 2년간의 정치적 상황에 비추어볼 때 미래부의 세종시 이전은 이행될 것으로 확신한다. 따라서 행자부에서는 미래부 이전을 빠른 시일 내에 공시해서 불필요한 논쟁과 혼란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박종찬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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