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수 기자가 찾은 맛집 31 대전 용두동 샘골식당-청국장

12년만에 들렀다. 맛이 변하지 않았을까 내심 걱정이 됐다. 뜨겁게 달궈진 뚝배기에 담겨 나온 청국장을 한 입 뜨는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 12년전 맛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4000원이었던 가격이 6000원으로 올랐다는 것 뿐. 청국장이 생각날 때면 항상 대전 용두시장 안에 있는 샘골식당(대표 김인숙)이 떠오른다.

대전에 내로라하는 청국장 맛집이 많지만 난 샘골식당 청국장을 첫 손에 꼽는다. 그 이유는 다른 것 넣지 않고 오로지 청국장만으로 맛을 냈기 때문이다. 요즘 청국장 맛집이라고 해서 가보면 사골국물로 끓인다든지, 쇠고기를 넣어 감칠맛을 높이는 경우가 흔하다. 샘골식당은 집에서 직접 띄운 청국장에 두부, 대파, 고춧가루를 넣어 천일염으로 간을 한 게 전부다. 그런데도 신기하게도 구수한 맛이 난다. 혹시 쇠고기를 갈아서 넣었나 싶어 뒤져봐도 잘 삭힌 콩 뿐이다. 콩을 씹으면 달큼하다. 두부나 대파도 고명으로 넣는 것 뿐 청국장의 향과 맛을 범하지는 않는다. 청국장의 퀴퀴한 냄새도 별로 나지 않는다. 먹으면 먹을수록 묘한 맛의 매력에 빠진다.

주인장이 말하는 맛의 비결은 좋은 재료이다. 재료가 좋으면 어떤 요리든지 맛이 있다는 게 주인장의 철학이다. 청국장 콩은 9월백태만 사용한다. 9월백태 만큼 고소한 맛을 내는 콩이 없기 때문이다. 1년에 사용할 콩을 한꺼번에 사놓은 뒤 그 때 그 때 필요한 양 만큼 청국장을 만들어 쓴다. 불린 콩을 엄나무, 느릅나무 등을 넣어 14시간 정도 푹 삶은 뒤 가게 한 쪽에 마련된 방에서 청국장을 띄운다. 뜨끈한 방 안에서 3박4일동안 발효된 청국장은 거미줄처럼 끈끈한 진액이 흘러나와 구수한 맛이 깊어진다.

8-9가지 정도 나오는 반찬도 깔끔하고 맛이 좋다. 매번 빠지지 않고 손님상에 오르는 반찬은 빈대떡과 조기구이이다. 감자, 찹쌀가루, 맵쌀가루, 콩을 섞어 부쳐낸 빈대떡은 바삭하면서 고소하다. 밀가루를 입혀 기름에 부쳐낸 조기도 연신 젓가락질을 부른다. 낙지젓갈, 새송이버섯무침, 시금치무침 등 나머지 밑반찬은 그 날 그 날 다르지만 모두 주인장의 손맛이 깊게 배어 있다.

△주소:대전시 중구 계룡로 881번길 30(용두동 14-13) △전화번호:042(256)3188 △메뉴:청국장 6000원, 김치찌개 6000원, 생삼겹 1만2000원, 가마솥닭볶음탕 3만원(大) △테이블수:4인용 17개 △영업시간:오전11시30분-오후10시(둘째·넷째 일요일 휴업) △주차장:전용주차장 없음. 주변 이면도로 주차해야 함. 도시철도 2호선 서대전네거리역 6번출구에서 걸어서 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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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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