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도 없는데 스스로 뜸을 뜬다`라는 뜻으로, `스스로 고생이나 고민을 자초함`을 비유한다. `장자(莊子)`의 `도척`편에서 유래했다. `도척`은 `공자`의 친구 `유하계(柳下季)`의 동생으로 큰 도둑이었다.

`공자`가 `유하계`에게 말했다. "제가 가서 `도척`을 설득해보겠습니다." `유하계`가 말했다. "쉽게 사람에게 모욕을 주니, 선생께서는 가시지 말게." `공자`는 이 말을 듣지 않고 `도척`을 만나러 갔다. `도척`이 크게 화를 내며 두 발을 벌리고 칼을 만지면서 노려보며 호랑이처럼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내 뜻에 맞지 않으면 죽을 것이다."

`공자`가 말했다. "장군께서 제 뜻을 따르신다면, 장군을 제후로 받들고 새로운 정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도척`이 크게 노하여 말했다. "지금 그대는 문왕과 무왕의 나라를 다스리는 도리를 공부하여 여론을 장악하고 거짓된 언행으로 왕들을 미혹시켜 부귀를 추구하니 당신보다 더 큰 도둑은 없도다. 당신의 말은 모두 내가 버리려고 하는 것이니 얼른 떠나라." `공자`는 재배하고 급히 나와 마차를 탔다. 안색은 잿빛이 됐고 숨을 쉬지도 못했다.

노(魯)나라의 동쪽 문에 이르러 우연히 `유하계`를 만났다. "`도척`을 만나고 오는 것인가?" `공자`가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네." `유하계`가 말했다. "`도척`은 여전하지 않던가?" `공자`가 말했다. "그렇다네. 난 정말로 `병도 없는데 뜸을 뜬`격이었네(丘所謂無病而自灸也). 괜히 급히 달려가 호랑이 머리를 쓰다듬고 수염을 만지다가 죽을 뻔했네!"

최근 여러 가지 여론조사를 하는데, 뭘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 괜한 여론조사로 자칫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고, 무의미한 수치도 많다. 온가족이 함께 하는 추석연휴에 매스컴에서는 뜬금없이 정치적인 지지율을 방송했는데, 조사대상이 겨우 2500명이라니 의미가 있나. 도대체 누가 이런 무의미한 숫자로 여론을 호도하는가.

충남대 국제화사업단 부장·중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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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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