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처리방식 비교육적 가해자 처벌 중심으로 대응 피해학생 회복 노력 힘써야

최근 학교폭력특별교육을 받으러 오는 얼굴이 여드름투성이인 아이를 만나고 있다. 북한 김정은도 무서워한다는 중 2병에 걸린 남학생으로, 좋아하는 여학생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만 순식간에 학교폭력 가해자가 되어버렸다. 친구와 선후배 사이에 힘겨루기처럼 벌어진 일이기에 `용서를 구하고, 화해를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사건이다. 지금 학교에 가지 못하고 가해자특별교육을 받으면서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른들이 보면 지금 아이의 태도는 싸가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싸가지`의 어원은 `속`에 `-아지`가 결합하여 `속아지`에서 `소가지`가 된 다음, `싸가지`로 모음교체 되면서 말맛이 더욱 낮 잡는말(卑下語)로 바뀐 것인데, 정말 아이는 `남을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속마음` 즉 싸가지가 없는 것일까?

상담실에 함께 앉아서 가만히 아이를 들여다보면 지금 이 상황에 대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그 당황함은 불안정해진 자기 미래에 대한 공포이기도 하고,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이기도 하지만 말과 행동은 분노로 드러난다. 뇌 과학에 의하면 청소년의 뇌는 아직 전두엽 피질의 발달이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아 어른에 비해 충동성이 크고 감정 조절이 어렵다. 그렇기에 어떤 생활사건을 경험할 때 어른들은 감정이 올라오더라도 생각을 한 후에 행동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감정이 올라오면 행동이 앞서버린다. 결국 일이 벌어진 다음에야 생각을 하지만 이미 때가 늦어버리는 것이다.

청소년의 부적응과 비행을 연구한 학자 레머트(Edwin Lemert 1951)는 `사회나 집단이 비행 청소년으로 낙인을 찍으면 그렇지 않은 청소년도 비행 청소년으로 변화 한다`는 낙인이론을 주장했다. 그는 일탈을 일차적 일탈과 이차적 일탈로 구분한다. 일차적 일탈이란 청소년들의 심리구조와 사회적 역할수행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일시적이지만. 타인들이 그것을 일탈행동으로 규정하면 일탈을 반복하는데 이것이 이차적 일탈이다. 이차적인 일탈자는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 자체를 범죄자로 규정한다. 즉 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가해자로 기록된 청소년은 이후에 학교폭력전과자로 이차적인 일탈자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범죄 가해자에게 피해자가 받은 만큼의 고통을 부여하는 것으로 사회를 통제하고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어왔으며,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또한 이에 근거해서 제정되었다.

필자도 이 법에 의해 피해자상담 및 가해자와 부모 특별 교육을 하고 있는데, 정작 중요한 피해자 상담보다는 가해자교육을 주로 하고 있다. 매번 가해자부모특별교육을 하면서 심한 저항에 부딪치는데, 자녀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거나 잘못을 인정하지만 법의 가혹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더러 피·가해자로 분류되어서 깨져버린 자녀의 친구관계를 슬퍼하는 부모님도 있다. 더 괴로운 상황은 서로 잘못을 인정하고 화해한 아이들이 부모님들의 감정적인 싸움에 휘말려 친구를 잃어버리는 경우로, 어른들에게는 폭력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친구가 사라지는 사건일 뿐이다

교육 현장인 학교에서의 폭력 문제가 이 지경까지 온 것도 문제지만, 폭력 이후 처리방식은 더욱 비교육적이다. 현재 일어나는 학교폭력 사건 중에는 심각한 범죄 양상을 가진 경우도 있지만, 사소한 싸움조차도 `폭력`으로 규정짓고 이차적인 이탈자를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러한 학교폭력의 문제를 다른 관점으로 풀어가려고 하는 것이 `회복적 정의`이다. `가해자 처벌 중심의 응보적정의`와 다르게 `피해자의 피해회복과 자발적 책임을 위한 지역공동체역할을 강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우리 청소년들이 아직 성장 중이기에 학교폭력 가해자 처벌보다는 가해자와 교육공동체가 함께 몸과 마음을 다친 피해자 아이를 위해서, 또한 싸운 아이들의 관계회복을 도와야 할 것이다. 추석이 끝나도 여전히 학교에 가지 못하고 특별교육을 받으러 센터에 오는 여드름 난 아이가 이차적 이탈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류권옥 세종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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