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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평] 내가 그 벤츠의 사용자라면

2015-09-23 기사
편집 2015-09-23 04:51:56
 윤평호 기자
 news-yph@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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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불만 감정적 표출 사회적 무질서 확산 우려 분쟁조정제 등 적극 활용 권리구제 이성적 대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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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우리 나라 온 국민과 나아가 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끈 자동차 관련 사건이 하나 있었다. 즉 2억원이 넘는 고가의 신형 벤츠 자동차를 차량에 불만을 가진 운전자가 자동차 판매점 앞에서 야구방망이와 골프채로 마구 때려 부수는 장면이 SNS를 타고 퍼져나갔고, 이 퍼포먼스의 배경과 이유에 대해 여러 언론의 보도가 이어졌다.

언론보도와 본인의 동영상 속 발언에 의하면 벤츠 운전자는 벤츠를 갈망하다가 최근 리스로 그 차량을 구입하였는데, 차량 구입 후 얼마 안 되어 이 차량에 임신한 아내와 자녀를 태우고 가던 중 차량의 시동이 꺼지는 일이 생겼다고 한다. 이에 운전자는 수리를 받았고 이런 일이 재발하면 새 차로 바꾸어주겠다는 약속을 판매점으로부터 받았는데, 이후 다시 시동 꺼짐이 발생했음에도 회사는 신차 교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한 언론의 보도와 차량파손 동영상을 보면서 필자는 한 운전자가 세계 유명자동차회사와 그 판매점을 향해 행한 과격한 행동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제 3자의 값비싼 화풀이를 즐기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동시에 이러한 분위기가 확산된다면 상거래에서 발생하는 불만에 대해 사람들이 이성적으로 대처하기보다 감성을 분출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대단히 무질서한 상태로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기회에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즉,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 구입한지 얼마 되지 않은 고가의 차량이 심각한 결함을 보일 때 이 문제를 이성적이고 차분하게 풀어갈 수 있는 다양한 대안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해 보기로 하였다.

내가 그 벤츠 운전자이고 그가 겪은 똑같은 문제를 만났더라면 나는 먼저 한국소비자원에 상담을 요청하고 권리구제를 신청했을 것이다. 소비자원은 소비자의 고충제기에 대해 사실조사 전문가 자문을 거쳐 소비자와 사업자 양 당사자에게 공정하고 객관적인 합의를 권고하는 분쟁조정 제도를 운영한다. 이 기관은 소비자 보호법에 따라 설립되었고 시간과 비용이 소용되는 민사소송 대신 분쟁을 신속히 해결하는데 기여한다. 다음으로 활용해 볼 수 있는 방안은 국토교통부에 자동차 관련 민원을 제기하는 것이다. 자동차 제조사는 출고한 차량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확인되면 자진리콜을 하거나 국토교통부 자동차 관련 부서의 리콜명령 내지 권고에 따라야 한다.

차량에 불만을 가진 운전자가 다음으로 활용 가능한 방안은 언론을 이용하는 것이다. 불만차량을 극적으로 부수지 않아도 언론에 독자기고를 통하여 기자에게 차량의 결함에 대한 제보를 통하여 당해 문제에 대해 언론의 관심을 끄는 것이 가능하고 차량의 심각한 결함이 언론에 보도된다면 운전자가 가진 문제해결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차량에 불만을 가진 운전자는 다양한 SNS를 이용하여 차량제조사에 문제해결을 압박할 수 있다. SNS는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데 이런 매체에 해당 차량의 결함을 올리면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그 내용을 단시간 내에 기하급수적으로 전세계에 전파하게 될 것이며 이에 제조사는 회사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객의 요청에 대처할 것이 예상된다.

또한 필자가 그 차량 운전자라면, 유사한 문제를 가진 사람들과 연대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 혼자서는 힘이 약하고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어렵다. 동종의 차량에 대해 유사한 차량결함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들 간에 서로 연대하여 집단적으로 제조사에 항의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효과적이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찾을 때, 감정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절제심을 가지고 사회가 미리 만들어 놓은 문제해결 통로를 차분히 찾아 나가는 합리적 접근을 꽤해야 한다. 더불어 언론은 위와 같은 극적인 사건을 흥미위주로 보도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유사한 문제에 봉착했을 때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바람직한 접근법을 제시하였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윤주명 순천향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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