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껍데기라고 얕보지 말라. 함부로 함부로 얕보지 말라. 정월이라 대보름날 오곡밥에 아홉 가지 묵은 나물 중에 시래기가 으뜸 아니던가. 대관령 맑은 바람 햇살이 키워온 고운 속살 다 내어주고 남겨진 푸른 자락에 헛간 걸려서 된장과 된장과 눈맞은 속 깊은 속 깊은 사랑이라…"는 합창곡 `시래기`의 가사가 머릿속에 맴돕니다.

2015년 3월. 김○○ 음악 선생님과 처음 만났습니다. 경기도의 광남고에서 근무하시던 선생님께서는 보령에 있는 부모님과 좀 더 가까이 지내기 위해 도간 전출을 하여 전교생 19명인 금마중학교에 오시게 되었습니다. 대규모 학교에서 교육활동과 초소규모 학교에서의 생활은 많은 차이가 있었을 것입니다. 학교에서는 매월 셋째주 수요일 점심시간에 그 달 생일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 작은 생일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케이크를 자르고 생일 축하의 노래를 불러주는 것이죠.

그런데 6월 어느 날. 선생님께서 19명 전교생을 데리고 홍성군 합창대회에 나가겠다고 하시는 것입니다. 의욕이 넘치던 선생님이 조금은 힘이 없을 때도 있었습니다. "어제 연습을 해서 이 정도까지 올려놓았는데, 오늘 부르면 다시 제자리네요" "그래요, 합창을 처음 해 보는 아이들도 있을 텐데, 눈높이를 낮추면 어떨까요?" "아닙니다… 연습 시간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아침 독서 시간·야간 공부방 시간에도 개인별로 지도하면 어떨까요?" 저녁도 먹는둥 마는둥 연습을 하였습니다.

마침내 무대에 올랐습니다. 무대에서 내려오는 아이들의 모습은 홀가분하고 무엇인가 해냈다는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는데, 선생님은 영 서운한 모습이었습니다. 연습 때보다 정말로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선생님의 성스런 교육의 힘과 열정으로 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선생님을 보며 자신을 많이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쉽게 포기하고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야 라며 지금까지 교육을 한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한 명도 포기하지 않고 가능성을 향해, 악보조차도 이해 못하는 학생들을 이끌고 헌신하는 모습은 정말로 아름다운 꽃이었습니다. 미래 아이들의 삶에서도 선생님의 모습은 소중한 꿈이 되었을 것입니다. 선생님 존경합니다. 고맙습니다.

이은모 홍성 금마중교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정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