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0년 6월 29일 국회 본회의장은 시종 긴장감이 감돌았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 원안을 폐기하기 위해 대안으로 내놓은 수정안이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된 상태였다. 원안은 법적 근거에 의해 9부 2처 2청의 행정기관 이전을 통해 세종시를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로 건설하자는 게 골자였다. 반면 수정안은 대학과 연구단지, 산업체 등을 뭉뚱그린 이른바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가 주된 내용이었다. 정부부처를 세종시로 내려보낼 수 없다는 심산이 깔려 있었던 셈이다.

표결을 앞두고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을 놓고 의원들 간에 날선 공방이 오갔다. 한나라당 친이계(이명박계) 의원들은 경제 논리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이들은 수정안이 통과돼야 세종시가 명품도시가 될 수 있다며 강력히 몰아붙였다. 반대 측에선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직접 토론에 나서 원안에 손을 들어줬다. 박 전 대표는 토론에서 "미래로 가려면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종시를 성공적으로 만들 책임과 의무가 정부와 정치권 모두에게 있다"며 부연했다. 이날 박 전 대표의 호소에는 특유의 결기와 단호함이 읽혔다.

여당 안에서도 첨예한 대립 속에 세종시 수정안은 표결에 부쳐져 이목이 집중됐다. 찬성 105명, 반대 164명, 기권 6명으로 부결되면서 수정안은 폐기 처리되는 말로를 걸었다. 한 달이 지난 즈음 충청권 출신(충남 공주)으로 세종시 수정안 `전도사`를 자처했던 정운찬 총리도 물러나면서 수정안 파동은 그렇게 고비를 넘기며 막을 내렸다.

지금의 세종시가 잉태되기까지 지난 정부에서 냉혹한 대가를 치렀음은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도 기억이 새롭다. 특히 정권 차원에서 국민과의 약속과 원칙을 저버렸을 경우 소모적 논쟁과 심각한 국론 분열을 초래한다는 반면교사 역시 실체적 교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렇다면 5년 여가 지난 작금의 행정도시는 제대로 착근을 하고 있는 것일까.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물음표가 나온다. 논란의 핵심은 현재 경기 과천에 남아 있는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의 이전 문제다. 미래부가 당연히 세종시로 이전되는 줄 알았지만 행정자치부가 이전 고시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충청권이 발칵 뒤집혔다.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는 고시 대상에 넣고 정작 미래부는 넣지 않은 이유에 대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으로 배신감마저 들게 한다.

미래부의 세종시 이전의 당위성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법적인 문제다. 행복도시 특별법에 따르면 이전 대상 제외 정부부처는 외교부를 비롯해 통일부, 법무부, 국방부, 행정자치부, 여성가족부 등 6개 부처뿐이다. 이들 부처 이외에 미래부를 포함한 다른 부처들을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은 법적 근거에 의한 것이다. 이를 어긴다면 위법 행위를 자행하는 것과 진배없다.

미래부의 시너지 부분도 국가적 차원에서 간과해선 안 될 일이다. 미래부는 과학기술과 연구개발 예산을 총괄하는 본산이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의 주무 부처다. 대덕연구개발특구 등 과학기술 인프라가 집적된 대전·충청권과 연계한다면 그 효율성은 `호랑이 등에 날개 단 격`이다. 그런데도 미래부가 지금의 자리를 고집한다면 근시안적 발상에 불과하다.

이런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감에서 언급된 정부측의 입장을 정리하면 모호하기 짝이 없다. 미래부의 과천 잔류가 확정된 것은 아니고, 이전 문제를 "검토하겠다"라는 것으로 요악된다. 과천 잔류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세종시 이전을 못박은 것도 아니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마치 과거 개그 프로그램이었던 `같기도`를 연상케 한다.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은 국가의 균형발전과 수도권의 과밀화 해소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주요 부처인 미래부를 제외한다면 행정도시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 아닌가. 과거 이명박 정부의 혹독한 전철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행복도시가 행복하려면 아직은 `미완`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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