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맛집 대박집 - 어탕국수

천혜의 환경이다. 금강이라는 젖줄 덕분에 충청도는 민물고기가 풍부하다. 지혜로운 조상들은 이 풍족한 먹거리를 다양한 방법으로 즐겼다.

그 중에서도 물고기를 갈아 만드는 요리인 어죽. 고기를 갈아 끓이는 요리야 전국 어딜 가나 있겠지만, 충청도의 그것이 유명한 이유는 분명 따로 있을 것이다. 아마 특유의 조리법과 좋은 맛을 내는 양질의 재료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게다.

옥천은 '그 음식'을 인근 영동이나 금산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만든다. 금강 상류에 위치한 덕분에 씨알이 큰 잉어와 붕어, 가물치 등의 물고기들이 많이 잡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어죽이 잔 고기를 푹 끓여 통째로 갈아내는 방식이라면, 옥천은 이같은 큰 고기를 사용해 살을 발라내 만든다. 그래서 음식 이름도 어죽이 아닌 '어탕'이다. 보양식 느낌이 물씬 난다. 때문에 옥천에 들른다면 '어탕국수'를 반드시 먹어봐야 한다. 어탕국물에 소면을 말아 먹는, 이름 그대로 정직하고도 건강한 음식이다.

옥천읍에 위치한 '대박집'은 옥천 어탕요리의 대표주자 중 한 곳이다. 어탕 전문점이라고 해서 어탕 요리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피라미 등의 민물고기를 튀긴 도리뱅뱅이와 매운탕 등도 함께 팔며 제대로 '취향 저격'을 한다. 하지만 어탕이 유명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터. 당연스럽게 어탕국수를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길 조용히 기다렸다.

주문한 지 5분여가 지났을까. 빨간 국물의 어탕 국수가 테이블 위로 도착했다. 별로 특이할 것은 없는 모양새다. 함께 제공되는 반찬도 단출하다. 시큼하게 곰삭은 김치와 콩나물 무침 등 4개다. 먼저 국물을 먹어봐야 한다. 녹진한 국물을 한 숟갈 크게 떠 후후 불고 입으로 가져갔다.

진하다. 잔고기를 넣고 끓인 것과는 또 다른 맛이다. 매일 아침마다 80㎏에 달하는 고기를 12시간 이상 고아서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에 감겨오는 구수함 역시 훌륭하다. 처음엔 다소 비릴 수 있지만, 산초가루를 살짝 넣으면 비린 맛이 많이 희석된다. 특히 푹 삭힌 김치는 국물의 비린 맛을 잡는 동시에 감칠맛을 더해준다. 놀라운 점은 조금 먹다보면 그 구수하고 얼큰한 맛에 중독돼 비린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국물이 너무 맛있어서 밥을 추가로 시켜서 말아 먹었을 정도다.

인심까지 후하다. 사람 수대로 요리를 시킬 경우 밥은 계속해서 리필된다. 면을 삶고 있는 중이었다면 국수도 리필이 가능하다.

이 모든 것은 손님들이 그저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는 육동호(63) 사장의 철학에서 비롯됐다. 육 사장은 "좋은 재료를 사용해 정직하게 만들고 있다. 손님들께서 자주 찾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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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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