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예회 때의 일이다. 학급 공연을 무엇으로 하는 것이 좋을까. 연주, 합창, 연극 등… 아이들이 잘 할 수 있고, 잘 지도할 수 있을 것 같은 종목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아 고민하고 있을 때 친구가 "치어댄스 어때? 음악도 경쾌하고 공간 활용도 넓어 멋지던데"라고 제안했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래! 치어댄스에 도전해보자`고 결심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려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한참 부끄러워하는 우리반 사춘기 아이들이 과연 잘 따라줄지, 하기 싫다고 하지는 않을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한 첫날, 책상을 뒤로 밀로 32명의 아이들 앞에서 음악에 맞춰 치어댄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학생들 앞에서 혼자 춤을 추자니 나 역시 부끄러웠다. 몇몇 아이들이 키득거리는 웃음소리도 들렸지만 못들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절도있게 동작을 해 보였다. 그리고는 "이렇게 하는 거야. 할 수 있지?" 큰소리치며 연습을 부추겼다.

선생님 시범에 감동(?)을 받아서였을까. 몇몇 아이들이 나서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아이들이 얼마나 예쁘고 고맙던지, 힘이 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연습은 시작됐고 쭈뼛거리던 아이들도 분위기에 휩쓸려 동작을 하나둘 따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점점 재미가 붙었는지, 아이들은 시키지 않아도 열정적으로 연습에 몰입하였다. 동작이 서툰 아이에겐 1인 코치가 되어주고, 사이좋게 동작을 연습하는 모습이 참 대견스러웠다.

그렇게 다가온 D-DAY! 연습한대로만 멋지게 하자고 서로 파이팅을 외치며 우리반의 공연은 시작되었다. 누구 한명 빠짐없이 절도있는 동작과 열정적인 모습으로 멋진 댄스를 선보였다. 우리들의 단합된 소중한 추억은 카메라 셔터와 아낌없는 환호 속에 화려한 대미를 장식하였고 나는 큰 보람을 느꼈다. 누구 혼자의 힘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낸 합작품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나는 공연 영상을 돌려보며 그 때의 뿌듯함, 그리고 대견하고 사랑스러운 녀석들 덕분에 마음 한 켠이 따뜻해져 옴을 느낀다. 함께하면 그 무엇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긍정의 힘도 생겼다. 자랑스러운 우리 아이들, 그대는 영원한 나의 슈퍼스타!

김효정 대전 동화초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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