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수 기자가 찾은 맛집 - 29 대전 중리동 푸른바다회집-대구맑은탕

입과 머리가 크다 해서 이름 붙여진 대구(大口). 대구는 명태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명태에 비해 훨씬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특히 비린내가 거의 없어 생선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큰 거부감 없이 먹는 게 바로 대구이다. 대구는 찜, 튀김, 회, 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지만 뭐니뭐니 해도 탕으로 끓여 먹었을 때가 가장 맛있다.

대전 중리시장 서문입구에 위치한 푸른바다회집(대표 임헌목)은 식객들 사이에 대구맑은탕 맛집으로 소문난 집이다. 점심 때만 되면 대구맑은탕을 먹으려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먹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 집 대구맑은탕은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있다. 육수의 맛이 진한데도 입안이 텁텁하지 않다. 대구의 살은 쫀득쫀득하고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 깔끔한 국물맛을 내기 위해 넣은 콩나물과 미나리도 아삭하다. 군더더기가 없는 맛이다.

이 집은 알래스카산이나 러시아산 냉동 대구만을 사용한다. 냉동 대구를 고집하는 이유는 한류성 어종인 대구는 수온이 낮을수록 육질이 단단하고 단맛이 나기 때문이다. 냉동 대구가 손님상에 오르기까지 반나절이 걸린다. 3시간 동안 찬물에 푹 담가 자연 해동을 시킨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게 핏물 제거다. 대구에 핏물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국물맛이 텁텁해진단다.

대구는 지방이 거의 없어 푹 끓여도 심심한 맛이다. 그래서 대구맑은탕은 어떻게 육수를 빼느냐에 따라 맛이 확연하게 차이 난다. 이 집의 육수는 깔끔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난다. 무, 파, 생강, 다시마 등 기본 육수 재료에 고추씨를 넣는다. 다시마는 오래 끓이면 떫은 맛이 나고 국물도 텁텁해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우러났다 싶으면 꺼낸다. 육수가 팔팔 끓으면 비린내를 잡기 위해 청주를 약간 넣는다.

이 집을 찾는 단골손님들은 대구맑은탕과 초밥을 함께 주문한다. 주인장이 젊은 시절 일본인 스승에게서 배웠다는 초밥. 새콤달콤하고 쫀득한 초밥과 그 위에 올려진 생선회의 조화가 뛰어나다. 입 안에 넣었을 때 밥과 회가 따로 놀지 않고, 자연스럽게 섞여 진정한 초밥의 맛이 느껴진다. 웬만한 일식집 초밥보다 훨씬 맛있다. 주인장이 알려주는 초밥 맛있게 먹는 방법은 흥미롭다. 갖은 양념에 버무려 들기름을 두른 뒤 40분 동안 푹 쪄낸 깻잎장아찌에 싸먹는다. 새콤달콤한 초밥 위에 얹어진 깻잎의 진한 향과 매콤한 맛은 의외로 잘 어울린다. 한국인의 입맛에 딱이다. 개인적으로 향이 강한 깻잎을 좋아하지 않는데 깻잎장아찌에 초밥을 싸 먹으니 어느새 한 접시를 금방 비웠다. 주인장이 직접 만드는 밑반찬도 하나 하나 정성과 손맛이 느껴진다.

△주소:대전시 대덕구 중리동 368-24 △전화번호:042(633)9999 △메뉴:대구맑은탕 1만2000원, 초밥 1만3000원(1인분) △영업시간:12:00-14:00, 17:00-22:30(둘째, 넷째 일요일 휴업) △테이블:4인용 6개(예약필수) △주차장:공영주차장 이용 무료주차권 발급(최대 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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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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