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걸으면 저리고 시린 다리 신경 압박해 심하면 마비까지

김현우 건양대병원 척추센터 교수
김현우 건양대병원 척추센터 교수
척추관이란 대뇌에서 나와 척추를 따라 내려가면서 사지말단까지 가는 척추신경이 지나는 관을 말한다. 척추관 협착증은 척추관이 어떤 이유로 좁아지거나 협착돼 신경을 압박해 허리통증을 유발하거나 다리에 복합적인 신경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허리통증의 원인 중 디스크 다음으로 많은 것이 척추관 협착증인데, 이 병은 증상이 매우 특징적이어서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듣기만 해도 대부분 진단이 가능하다.

척추관 협착증의 특징은 오래 서 있거나 한참동안 걸으면 허리에서부터 다리까지 한쪽 또는 양쪽다리가 이상하게 아파오면서 다리 전체가 터질 것 같이 아프거나 저리고 시린다. 어떤 환자는 다리의 감각이 마비되고, 또는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기도 한다. 때로는 발바닥에서부터 엉덩이 쪽으로 증상이 올라오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쉬면 없어지거나 완화됐다가 걸으면 또 다시 나타나기 때문에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한다.

사람이 서 있거나 걸으면 허리 곡선이 활처럼 앞으로 휘게 되는데 척추관 협착증 환자는 좁아진 신경 구멍 주변의 비후된 인대가 척추관 안쪽으로 밀려들어가 가뜩이나 좁아진 척추관을 더 좁게 만들거나 꽉 막게 된다. 신경에 압박이 심해져 다리 전체가 터질 듯이 아프고 마비증상까지 발생하게 된다. 앉아서 쉬거나 누워 있으면 허리가 앞으로 구부러지게 돼 막혔던 신경구멍이 조금 열리기 때문에 통증이 완화되거나 없어지게 된다.

척추관 협착증의 원인은 태어날 때부터 척추관이 좁은 선천적 협착증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나이에 따른 노화현상인 퇴행성 척추관 협착증이 가장 많다. 우리 몸이 노화되면서 척추와 디스크에도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척추관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조직들도 점차 비후돼 신경구멍이 점점 좁아지게 된다. 퇴행성 척추증으로 인한 협착증은 40대 후반에서 70대에 이르기까지 많이 발생한다.

퇴행성 원인 가운데 일부는 상하 척추가 서로 어긋나서 위에 있는 척추가 앞으로 미끄러져 있는 퇴행성 척추전전위증이 있는데 이것은 특이하게도 40-50대의 여성에게서 많다. 협착증이 점점 심해지면서 초기에 약 30분 정도 가다가 아파서 쉬어가야 하던 것이 20분, 10분, 5분, 1분으로 줄고 나중에는 앉아 있다가 서기만 해도 아파서 주저앉아야 한다. 일부 할머니들이 방에 앉아서 움직이는데 이런 원인에 의한 경우가 많다. 척추관 협착증으로 진단되면 증세가 가벼울 경우에는 약물이나 물리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를 실시한다. 이 같은 치료에도 뚜렷한 증세 호전이 없으면 척추관을 넓게 열어주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척추관 협착증이 있는 경우 허리통증이 심할 수도 있는데 이 때는 척추 관절의 노화로 인해 척추 뼈가 불안정해 지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척추관을 넓혀 주는 수술과 함께 척추뼈를 고정해 주는 수술을 함께 시행해 줘야 한다. 최근에는 척추 고정 기구의 발달로 후유증이나 합병증 없이 수술적 치료가 가능하며 치료 성적도 매우 높다.

척추관 협착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허리 관절의 노화를 방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를 위해서는 운동(걷기, 맨손체조)으로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수영과 같은 운동도 허리, 배 근육을 발달시켜 관절의 노화를 어느 정도는 예방할 수 있다. 또한 50대 폐경 후의 여성은 골다공증에 대한 검사 및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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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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