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재래시장에서 구입하면 얼마이고 대형마트에서 사면 이보다 비싼 얼마라는 정보들이 소개되고 있다. 재래시장을 이용하지 않고, 더 비싼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주부들을 편한 것만 좋아하고 절약을 꺼리는 어리석은 소비자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주부들의 대형마트 이용은 경제학 원리로 충분히 설명될 수 있다. 경제학자 코우즈(Coase)는 경제주체의 선택에는 그 상품의 가격 못지않게 거래비용(去來費用)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거래비용이란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완전히 손에 넣을 때까지 가격이외 추가적으로 드는 비용을 일컫는다.

일종의 마찰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상품이 서울 A백화점에서 10만 원이고 똑같은 상품이 대전 B백화점에서 12만 원일 때 대전지역 시민들은 서울에서 사지 않고 대전에서 산다. 서울에서 구입한다고 가정하면 상품가격은 대전보다 2만 원 저렴하지만, 왕복차비 2만 원에 하루 반나절 다른 일을 못 함으로써 감당해야 하는 손해 3만 원 등 추가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다. 대전에서 상품을 사게 한 결정적인 설명요소는 가격 외에 추가적으로 든 비용인 `거래비용`이다. 거래비용의 관점에서 제사상을 준비하는 주부를 분석해 보기로 하자. 재래시장에 가려면 주차할 걱정이 제일 먼저 든다. 주차장이 만 차인 경우 어디에 차를 세워야 할 지, 혹 불법주차로 과태료를 물지 않을 지가 걱정이다. 상품을 산 경우 운반하는 것도 또 하나의 문제다. 많이 사면 살수록 고민이 증가한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그 성가심은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또 시장을 방문한 김에 다양한 정보도 얻어가고 싶지만, 짐을 들고 다녀야 한다. 한마디로 주부들이 재래시장을 꺼리는 것은 비록 상품의 가격은 싸다고 할지라도 거래비용이 대형마트보다 더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래시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하면서도 거래비용을 줄이는 데 과감한 투자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시장 사람들의 협력과 적절한 역할 분담으로 소비자들의 거래비용을 낮춰야 한다. 주차 관리, 짐 운반, 시장 안내 등은 전문화되고 훈련된 요원이 해야 한다. 대형마트의 경우 몇 배의 시설투자 등으로 인해 재래시장보다 가격측면에서는 다소 비쌀 수 있지만 소비자의 거래비용을 낮추는 무기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가격 그 자체의 경쟁 못지않게 플러스 알파로 드는 거래비용을 낮춰야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소비자들은 어리석지 않다.

임상일 대전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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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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