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신작 에릭 라티고 감독 미라클 벨리에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는 음악이 영화와 만나면 그 감동은 배가 된다. 많은 영화팬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은 `어거스트 러쉬`가 그랬고 `원스`와 `비긴 어게인`도 빼놓으면 섭섭한 음악 영화들이다. 여기에 스토리가 감동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 어떨까. 뜨거웠던 한 여름이 지나고 가을로 접어드는 초입에서 우리의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줄 프랑스 영화 한 편이 찾아왔다. 지난해 말 프랑스에서 개봉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영화 `미라클 벨리에`다. 정식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시사회부터 조용히 입소문을 탄 영화는 드라마틱한 이야기의 힘과 음악이 가져다주는 깊은 감동, 그리고 재치 있는 코미디까지 우리나라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매력들이 가득하다.

영화의 스토리는 삽입곡인 미셀 사르두의 샹송 `비상`의 가사 속에 모두 응축되어 있다.

"사랑하는 부모님, 저는 이제 떠나요. 사랑하지만 저는 떠나야 해요. 오늘부터 두 분의 아이는 없어요. 도망치는 것이 아니에요. 날개를 펼친 것 뿐이에요. 알아주세요. 저는 비상하는 것에요." 가사처럼 영화는 청각장애 가정의 유일한 입과 귀인 소녀가 음악을 위해 가정을 벗어나며 일어나는 갈등과 화해 그리고 그 안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족 간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프랑스의 한 시골 마을에서 폴라(루안 에마라)는 부모님, 그리고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가족들의 일상은 단순하다. 평일에는 농사를 짓고, 주말이면 직접 만든 치즈를 동네에서 판매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학교에 다니는 폴라는 집안일을 돕느라 분주하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가족 가운데 유일하게 말하고 들을 수 있는 그녀는 청각장애를 가진 나머지 가족들을 세상과 이어주는 막중한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폴라는 파리에서 전학 온 가브리엘(일리안 버갈라)에게 첫눈에 반하고, 그가 속한 합창부에 가입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한번도 소리내 노래해 본 적 없었던 폴라는 의외의 재능을 발견한다.

폴라의 천재적 재능을 엿본 선생님은 폴라에게 파리에 있는 합창학교 오디션을 제안하고, 가브리엘과의 듀엣 공연의 기회까지 찾아온다. 하지만 들을 수 없는 가족과 세상을 이어주는 통로인 폴라는 자신의 갑작스러운 부재 뒤에 일어날 가족의 혼란을 걱정하며 갈등한다. 가족들 역시 폴라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황하고, 늘 장애에 앞에서도 당당했던 어머니 역시 폴라의 부재에 두려움을 느낀다. 이 과정에서 가족 모두는 작은 상처를 입지만 서로를 향한 사랑을 잊지 않고, 각자의 힘으로, 그리고 조금 모자란 부분은 서로에 기대어 상처를 극복해낸다.

관객들이 가장 먼저 느끼는 영화의 매력은 음악이다. 특히 `프랑스의 아이유`로 꼽히는 주연 루안 에머라는 첫 연기 도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뛰어난 연기력과 더불어 여린 듯하면서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영국 듀오 팅팅스의 신나는 음악도 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 올린다.

음악과 더불어 영화의 감동이 더하는 이유는 실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청각 장애인 가정에서 자란 프랑스 작가 베로니크 풀랑의 베스트셀러 `수화, 소리, 사랑해! 베로니크의 CODA 다이어리`를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는 장애를 가진 부모와 정상인 자식 간에 일어날 수 있는 에피소드의 상황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내 영화의 이야기가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덕분에 청각장애를 가진 가족의 이야기라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소재에 어색함 없이 웃음코드를 버무릴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영화가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점은 낯선 소재 속에 숨겨진 공감에 있다. 어느 날 찾아온 기회를 잡고 싶지만 가족과의 이별을 때문에 망설이던 소녀가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혼란을 이겨내고 마침내 꿈을 이루는 기적 같은 이야기는 현실에 안주해 꿈을 포기했던 많은 이들에게 특별한 자극과 세대를 불문한 공감을 일으킨다. 또한 폴라가 없는 현실에 정면으로 마주하며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가족들의 모습 역시 또다른 도전으로 뭉클한 감동을 준다.

솔직하고 담담하지만 유쾌함과 긍정적인 에너지로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벨리에 가족, 온전히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나가는 그들의 모습은 올 가을 꿈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이들에게 기분 좋은 응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정현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정현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