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에 거리 내몰린 10대 먹고살기위해 시작한 성매매, 감금·구타 몸도 마음도 상처

"조건만남을 하다 보니 내 몸과 마음이 망가지는 것 같았어요."

10대 가출청소녀 A양은 자신이 조건만남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가출한 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일을 하려고 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A양은 부모가 이혼한 뒤 엄마와 살면서 전학을 수시로 다니다 아빠에게 보내졌다. 매일 술을 마시는 아빠에게 구타를 당한 A양은 집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집을 나와 엄마에게 연락을 해봤지만 재혼한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A양은 가출 초기 친구집에서 생활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친구 부모들의 눈치가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길거리로 내몰린 A양은 시내에 앉아있다 남자들이 함께 술을 마시자는 제의가 들어오면 모텔에서 술을 마셨다. 함께 있는 남성이 술에 취해 잠이 들면 지갑에 손을 대 돈을 훔치기도 했다. 이것이 A양의 첫번째 범죄였다.

A양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술을 사달라는 쪽지를 남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수십명의 남성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렇게 만나서 함께 술을 마시고 조건만남을 해 숙식을 해결했다. 하지만 세상은 A양을 가만두지 않았다. 조건만남을 하면서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A양은 "조건만남을 하다 남성에게 감금당하고 맞기도 했다"며 "남성이 차에 태워 산에 데리고 가 죽여버린다고 하면서 구타를 하기도 했고 목을 졸라 죽이려고 한 적도 있었지만 신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출 청소녀 B양은 사귀던 남자친구의 집에 머물다 헤어진 뒤 갈 곳이 없어 보도방을 나가기 시작했다. 친구와 함께 모텔비를 벌어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술 마시고 병을 깨는 남성들과 겪다 보니 정신적으로 황폐해지기 시작했다. B양은 보도방 일을 하면서 임신도 하게 됐고 성병도 걸리게 됐다.

B양은 "몸이 계속 아프니까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며 "성매매를 할 때마다 내 자신이 비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들 10대 가출청소녀들은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긴급구조와 보호활동을 하는 여성인권티움 산하 느티나무 상담소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

상담소를 통해 자립을 지원해주는 대전여성자활센터도 소개를 받았다. 느티나무 상담소는 10대 가출청소녀들의 실상을 알리고 이를 통해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정아 소장은 "가출청소녀 문제는 사후지원보다 예방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며 청소녀특성과 이들이 머무는 거리 환경에 대한 이해, 성매매에 대한 접근이 가능한 전문역량과 지원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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