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콤 쫄깃 서천 앞바다를 '후루룩'

많이 걸었다. 바람은 시원했지만 볕은 생각보다 강했다. 물을 많이 마시다 보니 염분을 보충해야 했다. 열량도 많이 소모한 탓에 탄수화물도 필요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뭔가 먹고 싶었다. 하지만 여행지까지 와서 아무거나 먹을 수는 없는 노릇. 기왕이면 유명한 뭔가를 먹고 싶었다.

바다와 인접한 서천은 다른 어떤 것보다 해산물이 맛있다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하지만 제철인 전어를 먹기엔 다소 부담스러웠다. 아니, 그날 따라 그냥 회를 먹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평소라면 없어서 못먹지만 그날만은 유독 그랬다. 그래서 찾은 곳이 서면 도둔리에 위치한 중식 전문점 '만리향'이었다. 회가 아닌 해물, 부족한 염분과 탄수화물을 보충할 수 있는 그런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 그렇다. 해물 짬뽕이다.

여느 중국음식점이 그렇듯 만리향 역시 다양한 메뉴를 판매한다. 하지만 짬뽕이야말로 만리향의 대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메뉴는 2인 이상 먹을 수 있는 '항아리 짬뽕'과 명물 '해물 갈비짬뽕', 그리고 '전복 홍합짬뽕' 등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띄는 음식들이 포진돼 있다.

처음 보는 짬뽕들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만리향의 유인춘(59) 사장의 오랜 중화요리 경력 덕분일게다. 유 사장은 "아무래도 45년 정도 중화요리를 해서 그런지 다양한 것을 만들게 된 것 같습니다"라며 "다양한 맛을 손님께 대접해드리고 싶은 마음 덕분이었죠"라고 말했다.

해물이 먹고싶었기에 전복 홍합짬뽕을 시켰다. 짧지만 지루한 시간이 흐른 뒤, 이윽고 짬뽕이 나왔다. 가득 쌓인 홍합 위로 전복이 올려져 있어선지 '비주얼'이 아주 좋다. 전복, 홍합, 주꾸미, 문어, 소라 등 다양한 해물이 산처럼 들어있다. 해물을 걷어내고 면을 크게 한 젓가락 떠 후후 불었다. 그리고 조심하며 후루룩 마셨다. 쫄깃한 면발이 식감을 자극한다. 탄력이 좋아 짧게 잘린 면발이 입 안에서 튄다. 고소함은 덤이다. 면에 첨가된 뽕잎 덕분이다. 국물은 시원하고 담백하다.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국물이 식도를 타고 내리면 만족감이 극에 달한다. 하지만 신선한 해물이야말로 짬뽕의 백미다. 홍합과 전복을 발라 먹는데만 해도 몇 분이 걸린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면은 계속해서 탱탱하다. 신기할 따름이다.

유 사장은 "고향이 전북 부안입니다. 뽕잎이 유명한 곳이죠. 고향 특산품을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하다가 면에 섞는 것을 생각해냈습니다"라며 "아마 제가 전국 최초로 면에 뽕잎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항상 좋은 음식을 드리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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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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