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품원, 대구·구미 정치권 압박에 비공개 제안 市 "파트너 배려" 변명에도 당위성 훼손 비난

대전시가 국방기술품질원과 신뢰성시험센터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영남정치인들의 반발을 우려해 비공개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시와 국방기술품질원은 지난달 31일 경남 진주에 위치한 국방기술품질원에서 국방신뢰성센터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비공개로 체결했다. 이번 업무협약에는 시와 기품원이 국방신뢰성센터 건립을 위해 각자 해야 할 역할을 정해진 기한내에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제는 시와 기품원이 영남지역 정치권의 공세에 굴복해 국방신뢰성센터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비공개로 진행했다는 점이다. 시에 따르면 이번 국방신뢰성센터 업무협약 비공개 진행은 입지 공모에서 탈락한 대구, 구미지역 정치권의 압박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 등 영남지역 정치권이 기품원을 상대로 신뢰성센터 입지 선정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연일 민원을 제기하는 등의 압박을 가함에 따라 기품원이 비공개 진행을 요청했고 시가 이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의 저자세 행정에 대해 시 안팎에서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전의 국방신뢰성센터 유치가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공정하게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MOU체결을 비공개로 진행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다.

시가 MOU를 비공개로 진행함으로써 영남 정치권의 압력에 굴복한 것처럼 비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민들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영남권 정치인들이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등 압박수위를 높이는 가장 큰 이유는 대전이 국방신뢰성센터 유치를 실패하면 후순위 사업자인 대구로 자연스럽게 넘어올 수 있다는 정치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영남권 정치인들의 계산된 `수`가 보이는 상황에서 대전시가 기품원의 입장만을 고려해 MOU체결을 비공개로 함으로써 영남권에게 2차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우려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시는 협상파트너인 기품원의 입장을 고려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반응이다.

시 관계자는 "우리의 경우 업무협약을 공개로 하든 비공개로 하든 큰 문제가 없다"고 전제한 뒤 "기품원의 입장에선 업무협약을 비공개로 할 경우 공격의 화살을 덜 받을 수 있어 (비공개로 하자는) 요청을 했고, 어려운 쪽 상황을 봐주는 것이 사업파트너에 대한 예의라 생각해 비공개로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업무협악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인 10월 23일까지 국방신뢰성센터 대상지역의 토지매입 계약이 마무리해야 한다는 조항을 지킬 확신이 있었기에 기품원의 MOU비공개 요청을 수락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희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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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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