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건축의 본질을 경험하고 읽어내는 일이 얼마나 매력적인 일이며 삶에 있어서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는 지난 `건축 레시피`라는 글을 통해 얘기 한 바 있다. 건축이 기본적으로 갖는 일정한 형태와 외면의 모습은 굳이 미학적기준이나 형태구성이론을 배우지 않았다 하더라도, 인간이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미적 기준과 경험으로 형태를 읽어 내고 자신만의 기호와 느낌으로 읽고 얘기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파블로 피카소의 `당신은 보고 있어도 보지 않고 있다. 보지만 말고 생각해라. 생각해서 내면의 것을 보아라`라는 말처럼 건축 내면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고 사유(思惟)하며 즐길 수 있다면, 그리고 함께 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그 의미 찾기 시작의 길은 바로 `사이에 집중하라`다. 벽과 벽 사이, 바닥과 천장 사이, 거실과 주방사이, 안방과 건넌방사이, 마을과 마을사이, 도시와 도시사이를 유심히 살피고 집중하여 보자. 그 관계가 어떤지? 좁은지 넓은지, 높은지 낮은지, 큰지 작은지, 편한지 불편한지, 조화로운지 어색한지, 실(實)한지 허(虛)한지….

그 관계는 시점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누워서, 앉아서, 서서, 가운데에서, 구석에서, 앞에서, 뒤에서, 바닥에서, 꼭대기에서, 멀리서, 가까이에서, 멈춰서, 움직이며, 낮에 밤에, 동틀 무렵, 해질 무렵, 설핏설핏, 뚤어져라….

`사이`란 시간과 시간, 공간과 공간 또는 물체, 사람들과의 서로 간격이나 공간, 또는 관계를 말한다. 신과 인간사이, 하늘과 땅사이, 산과 강사이, 나뭇잎사이, 이성과 감정사이, 사랑과 우정사이, 아침과 저녁사이, 영원과 찰나 사이, 사람사이(人間) 등 우리는 삶과 인간과 모든 사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사유(思惟)적, 물리적 시.공간의 `사이`가 존재하며 그 `사이`의 관계성을 형성하는 `사이짓기`의 정도에 따라 끊임없이 충돌하고 아우르며, 끊임없는 일상의 공감(共感)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건축에서 공간을 디자인하고 창조하는 일은 인간과 건축사이의 사유적, 물리적 사이짓기를 하는 것이며 그것이 건축의 본질이다.

주위부터 차근차근 `사이`에 집중하여 보자. 그 내면을 드러내 보고 읽어내고 사유하여 자기만의 건축 레시피를 만들어 공유하여 보자. 당신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에 대한 눈을 뜨게 될 것이고, 당신만의 피카소가 되어 새로운 삶의 그림을 그리게 될 것이다. 이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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